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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아침 Aug 25. 2023

초등 엄마 5

만화 늪?

초등 1학년 아들이 있고, 책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저절로 아이가 읽는 책뿐만 아니라 독서습관에도 관심이 많다. 다행스럽게도 아들은 돌이 채 되기 전부터 의미를 몰라도 책을 보여주면 손뼉을 치면서 좋아했다. 돌 이후로는 아이가 원하면 내 목이 따끔거릴 때까지 읽어주곤했다. 그래서인지 아들은 도서관을 가는 것을 좋아하고, 책이 있는 곳이라면 거절하지 않고 따라온다. 특히 좋아하는 레고를 하다가도 쉬기 위해서 책을 읽곤 한다.


이렇게 책을 좋아하는 아들을 두었지만, 나에게도 고민거리가 생겼다. 올해부터 아이가 학습만화를 읽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몇 권 읽고 말겠지 했는데 그건 내 착각이었다. 아들은 도서관에 가면 무조건 학습만화 코너가 있는 곳에서만 머무를 뿐 다른 책장은 기웃거리지 않는다. 집에서는 구독하고 있는 어린이용 과학 잡지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만화를 보면서 대부분 독서 시간을 보낸다.


누구는 처음부터 학습만화만 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괜찮을 거라고 하지만,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나로서는 다양한 책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만화가 들어가 있는 책만 고르는 아이의 모습이 반갑지만은 않다. 좋은 습관은 만들기 어렵지만, 좋지 않은 습관은 쉽게 몸에 착 달라붙지 않는가. 그리고 만화를 보기 시작하면서 해야 할 일이 있어도, 아들은 만화를 다 보고 하겠다는 말을 곧잘 한다. 몇 번은 그러라고 했더니, 만화를 즐겁게 보다가 책상에 앉으면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몸을 꼬기 시작한다.


아이의 자세가 흐트러지면 나 역시 웃으며 아이에게 뭔가를 가르치다가도 화가 나기 시작한다. 그럼 서로 불쾌한 말을 주고받게 된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도서관에서 가면 학습만화 2권을 읽으면, 그림책 1권을 읽기로 약속을 했다.


누군가의 말처럼 질려서 찾지 않을 때까지 내버려 두어야 하는 건지. 못 보게 막아야 하는 건지. 아이의 태도에 따라서 내 마음이 이랬다 저랬다 한다. 시골에서 어린시절을 보낼 때 부모님의 간섭을 크게 받지 않은 나로서는 뭔가에 빠져도 다 경험을 한 끝에 아니다 싶으면 탈탈 털고 나왔다. 우리 아이도 그렇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지만, 참 요즘 세상에는 끝도 없이 자극적이면서도 재미난 것이 너무도 많다는 생각이 든다. 뭔가 새롭게 나오는 주기도 빨라서, 질릴만하면 업그레이드가 되니 손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이런 세상을 사니 조금은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일들에 대해서 걱정이 많아진다. 요즘은 아이가 나에게 책을 읽어 달라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다시 아이와 함께 나란히 앉아서 책을 읽어줄 생각이다. 가능하면 오랫동안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게 좋다고 한다.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늘어나면, 자꾸만 내 힘이 드는 것을 놓게 된다. 함께 다시 읽다 보면, 오늘의 고민도 괜한 고민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이 또한 지나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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