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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아침 Aug 28. 2023

초등 엄마 6

엄마의 욕심인가? - 아들과 함께 최태성 선생님 강연 듣기 1

지난주에 아이와 함께 큰 별쌤 최태성 선생님의 강연을 들으러 갔다. 강연을 신청하기 전 좌석은 매진이 었고, 혹시 몰라 주최 측에 전화를 하니 입석 여부를 확인하고 알려준다고 했다. 아이가 몇 살인지 물어보기에 초등학교 1학년이라고 답변을 했더니, '아이가 한 시간 넘게 서 있을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이 돌아왔다. 이렇게 물어보면 당연히 참석을 못할 거라는 생각에 다리가 허약한(?) 아들의 이미지를 낯선 이에게 심어주고 싶지 않아서 '아이가 서 있는 거 참 잘해요.'라는 말도 안 되는 답변을 했다.


예상과 다르게 입석이 가능했고, 공간이 되는 곳에 간이 의자를 두었으니 티켓을 확인하고 앉으면 된다는 문자를 받았다. 나와 아들의 다리 근육을 더 단단하게 만들 기회는 아쉽게도 놓친 건가?


강연이 열리는 장소는 주차장이 협소하기 때문에, 운전을 시작한 지 10년째 '초보운전' 딱지를 붙이고 사는 나는 강연 1시간 30분 전에  미리 도착했다. 일찍 도착해서인지 주차는 여유로웠다.


강연 시작 전까지 한참 남은 시간, 떠돌이 개가 된 듯 아이와 나는 배회를 시작했다. 처음 가보는 장소가 아니기에 아이는 흥미를 1도 갖지 않았다. 근처에 숲놀이터가 있어서 가 보았지만 모기들도 습하고 더운 날씨가 끝나서인지 매섭게 나와 아들에게 달려들었다. 모기에 뜯기더라도 놀고 싶어 하는 아이에게 시원한 음료수를 사준다는 약속을 하고 간신히 내려왔다. 놀고 싶으면 아랑곳하지 않은 아이. 식욕에 놀고자 하는 욕구를 눌러버리는 단순한(?) 우리 아들.


시원한 음료수에 마음이 진정 되었는지 아이는 놀자는 말 대신에 강연은 언제 시작하는지 물어보기 시작했다. 아이는 아직 역사에 관심을 크게 두고 있지는 않다. 내가 선사시대에 대해서 나름 풍부한(?) 지식을 갖고 있어서인지 아이 역시 선사시대는 나름 알고 있는 편이다. 나의 역사 공부는 구석기, 신석기로 시작해서 늘 구석기, 신석기로 끝나는 슬픈 비밀이 있다. 아들은 선사시대를 넘어갈 수 있기를 바라고 바랄 뿐이다.


최태성 선생님이 누구인지 물어보는 아이에게 아이는 1도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를 들려주었다. 때는 바야흐로 2015년, 우리 아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고, 조용하지만 그 존재를 알리며 나의 뱃속에 머무를 때이다. 누군가는 잘생김을 얻기 위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사진으로 태교를 했다고 하지만, 나는 최태성 선생님의 강의를 들었다. 아이가 역사에 깊은 뜻을 두고, 태어나기를 바라는 마음보다는 그냥 내가 재미있어서 들었다. 그리고 아이가 태어나고 1년간은 시간 날 때마다 선생님의 방송을 틀어놓았다.


뒤돌아 서면 외웠던 것을 잊어버리지만 누군가 톡 치면 '아하' 그거라고 말하는 나처럼, 아들의 기억 저 편에 아마도 최태성 선생님의 목소리가 남아 있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아들에게 최태성 선생님은 강연 내내 새로운 사람이었다. (아들아, 장기 기억 속에 분명히 남아 있을지도 몰라........)


음료수를 마시고 미리 들어가서 앉아 있을 생각에 강연장으로 갔다. 강연장 앞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좌석이 매진되기 전에 미리 예약을 한 사람들이 참 부러웠다. 간이 의자용 티켓을 받고,  강당으로 들어갔다. 아직 자리가 많이 비어 있었지만 떠들썩한 잔치를 벌이는 것처럼 시끌벅적했다. 최태성 선생님의 인기가 대단하기는 한가 보다. 아들과 나는 검은색 의자에 앉았다. 역시 쿠션감은 제로였다. 키가 작은 아들은 앉으면 앞이 잘 보이지 않아서 엉덩이를 의자에 붙이지를 못했다. 그 말인즉 강연이 시작되면 아들은 내 무릎에 앉아야 한다는 것이다. 에휴휴... 맨 끝자리여서 다행이다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나의 다리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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