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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아침 Aug 31. 2023

초등 엄마 7

D-1 그리고 받아들임

지난주 최태성 선생님의 강연은 엄마만 재미있는 강연이 되었다. 그날 나의 다리는 많은 고생을 했더랬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오늘 아침은 추워서 깼다. 며칠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날이 찾아온 거다. 깨어나 몸을 돌려 옆을 바라보니 캠핑용 침낭에 쏙 들어가 있는 아들이 보였다. 새벽에 추울 것 예상하고 침낭을 어제 달라고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푹신해서 아들은 지금도 잘 자고 있다.


엄마끼리 만나서 '아이들이 가장 예쁠 때가 언제예요.'라고 서로 질문하면, 같은 대답이 나온다.


"잠잘 때요."


아이를 낳기 전에는 몰랐다. 아이가 커갈수록 잠자는 모습은 예쁘다는 말을 넘어 사랑스럽다. 아무 말하지 않고, 숨소리만 들락날락 들리고, 움찔거리는 눈꺼풀을 보고 있노라면 내 마음이 편안해진다. 고요함. 깨어있는 아이와 함께 있노라면 느낄 수 없는 그 시간은 아이가 잠을 자고 있을 때 찾아온다.


일찍 일어나 놀기 위해 암막 커튼도 못 치게 한 아들이 더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조용히 커튼도 다시 치고 왔다. 아들아, 좀 더 푹 자라.


내일은 한 달이 넘도록 기다려 온 날이다. 바로 아들의 개학일이다. 금요일 개학하고 바로 주말이지만 그래도 좋다. 아들이 학교에 간다고 해서 내 하루가 크게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단 몇 시간이라도 주어지는 시간에 폭풍이 몰아치듯 할 일들을 할 수 있어서 좋다.


내성적인 성격이지만 가만히 있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 뭐라도 하고 있어야 마음이 편하다. 이런 나를 보고 동생은 사서 고생하는 인간이라고 칭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변하지를 않으니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나의 성격이다.


지난주에 한 달에 한 번 하는 책모임을 다녀왔다. 60대 회원분이 나이가 들면 나이 듦을 거부할 수 없다고 하셨다. 머리가 빠져도, 몸이 아파도, 예전에 하던 일 못해도, 머리가 빠지는구나, 몸이 아프구나, 이제 할 수 없구나라고 자신 몸에 말을 건내며 계속 받아들여한다고 하셨다. 이해가 갈 듯 말 듯했지만,  며칠 전 그분의 말이 왜 그런지 이해가 조금은 되었다.


요즘 예전과 달리 머리를 감고 나면 머리가 많이 빠진다. 빠진 머리카락 개수를 세고 있노라면, 빠진 만큼 새로운 머리카락이 자랄 수 있을지 의심이 들 정도이다. 매일같이 내가 다녀간 곳에 빠져 있는 머리카락은 나의 마음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빠진다고 걱정을 해도 안 빠지는 것도 아닌데, 그냥 그런가 보다 하자.'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책모임에서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받아들임.' 솔직히 말하자면 여전히 머리카락이 바닥에 많이 떨어져 있는 것을 보면 불안하다. 그래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위안이 된다. 받아들임을 하려고 해도 그 과정을 또 받아들여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전과는 다른 내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들이 시시각각 다른 모습을 보여줄 때마다 '커가는구나.'라고 받아들였다. 이제는 그 말을 나에게도 해줘야 하는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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