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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아침 Jan 04. 2024

아들과의 소소한 일상

도둑 잡기 프로젝트

6시. 베개 밑에 둔 휴대폰에서 진동이 울린다. 어젯밤 아들이 잠들고, 한 시간 넘게 웹툰을 봐서 인지 잠이 깨질 않는다. 정신이 또렷해지길 기다리며, 침대 위에서 스트레칭을 하니, 목에서 우두득 소리가 난다. 아무리 기다려도 정신이 맑아지질 않아서, 안방을 나설 생각으로 어둠을 헤치고 방문을 열었다.     


‘타닥타닥 타닥’     


잠이 확 깨는 소리가 발밑에서 들렸다. 폭신하지만 미끌미끌한 감촉이 발밑에서 느껴졌다. 고개를 돌려 내려다보니 어제 택배와 함께 배달된 완충제 ‘뽁뽁이’가 문 앞에 넓게 펼쳐져 있었다.      


‘뭐지? 어제 분명히 잠자기 전에 문 앞에 아무것도 없었는데, 누가 가져다 놓은 거지.’     

발밑에서 거슬리는 뽁뽁이를 집어 들어 소파 위에 올려두고, 전기포트에 물을 끓였다. 미리 따라 둔 차가운 물에 뜨거운 물을 부으니 컵 주변으로 뽀얀 수증기가 올라간다. 뜨거운 김이 사라지길 기다리고, 물을 벌컥 들이마셨다.       


아들이 잠자기 전 주문해 놓은 크림 수프를 아침으로 준비하고, 휴대폰으로 라디오를 켠 채, 아들을 깨우러 갔다.


“쫑아, 일어나라. 아침 먹어야지.”     


반응이 없다. 자는 내내 더웠던지 내복을 허벅지까지 끌어올리고 자고 있었다. 내복을 내려주고, 흔드니 그제야 눈을 뜬다.      


“엄마, 도둑 들어왔어?”     


아들은 일어나자마자 도둑을 찾는다.      


“엄마, 내가 어제 뽁뽁이 안방문 앞에 놓았잖아. 도둑이 우리 방에 들어오면 뽁뽁이가 터져서 우리가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내가 거기에 두었어.”


아침에 나를 놀라게 한 범인은 아들이었다. 도둑을 잡기 위해서 뽁뽁이를 깔아 둔 것이었다. 새벽에 뽁뽁이를 밟아도 깨지 않은 아들이었는데, 도둑을 어떻게 잡겠다는 것인지. 아들의 황당한 계획이 너무 황당해서 웃음도 나지 않았다.      


아들은 앞으로의 계획도 설명했다.   

  

“엄마, 앞으로 우리 집에 도둑이 들어오는지를 알기 위해서, 뽁뽁이 생길 때마다 챙겨줘. 거실이랑 현관문에서 다 깔아놓을 거야.”     


한숨이 새어 나온다. 아들의 현명한(?) 계획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당분간 뽁뽁이가 바닥에서 나뒹구는 모습을 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아들아, 도둑은 우리 집에 안 들어온다. 훔쳐갈 게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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