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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아침 Jan 05. 2024

집 나가다.

“엄마, 나 공부하는 동안 집 밖에 나가서 운동하고 와도 돼.”     


아들이 태어난 지 2913일. 처음으로 나보고 집 밖에 나가라고 한 날이다. 나와 함께 파닉스를 시작하고, 이번달부터는 화상영어를 하기로 했다. 화요일에 첫 수업을 하고, 두 번째인 목요일. 아들은 45분 동안 엄마가 없어도 되니 나가라고 했다. 아들이 먼저 집을 나가달라는 말이 이렇게 감격스러울수가.     


아들 친구는 일 학년 입학하자마자 잠자리 독립을 시작하고, 엄마가 집에 없는 시간을 은근히 즐긴다고 해서 조금은 부러웠다.


아들은 내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딱 45분간 나가도 된다고 했다.


“쫑아, 정말 엄마 나갔다 와도 돼?”

“어.”

“정말이야? 진짜?”

“어.”

“아니, 너 정말 혼자 있을 수 있어?”

“엄마, 같은 질문 한 번 더 하면, 나 대답 안 할 거야.”   

  

역시 내 아들이다. 이해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불신해서 물어보는 질문은 칼같이 자른다. 아들이 화상영어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해 주고, 정말 나는 현관문을 열고 나왔다.     

 

이어폰을 끼고, 휴대폰으로 빠르게 음악을 검색했다. 러닝음악, 뛰면서 듣기 좋은 힙합, 신나는 힙합등 흥분된 나의 감정을 더 끌어올릴 수 있는 음악들로 말이다. ‘밥 먹다가 뛰러 나갈뻔했어요.’라는 댓글을 보고 음악을 재생시켰다.   

  

평소에도 걸음이 빠른 편인데, 빠른 템포에 맞춰 두 다리를 쭉쭉 펴며 걷기 시작했다. 양팔 역시 쭉쭉 뻗어 앞뒤로 신나게 흔들었다. 누군가 내 뒷모습을 본다면 각 잡고 걸어가는 병정 같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45분. 쉬지 않고 걸었다. 45분 동안 아파트 단지를 크게 두 바퀴 돌기로 결심했기에, 신호를 기다릴 때를 제외하고 멈추지 않았다. 가로등 불빛 아래에서 나만 있는 시간, 아들이 생각났다. 우리 아들이 벌써 이렇게 컸다니. 엄마, 엄마 하면서 나만 찾는 그런 아들이었는데, 공부한다고 나가라는 아들이 그렇게 기특할 수가 없다.     


남편에게 문자를 했다.      


‘우리 아들 다 컸다. 화상영어는 동안 나 운동 다녀오래.’     


몇 분 지나서 답장이 왔다.      


‘우리 아들이..... 효자?’     


아직은 나를 부려먹는(?)것을 좋아하기에 효자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들 덕분에 등에 땀이 날 정도록 걸어서 기분좋은 것은 사실이다. 오늘 저녁은 무조건 아들이 좋아하는 걸로 준비해야겠다. 아들아, 다음 주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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