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좋은아침 Mar 03. 2024

용기, 용기 내다 2- 아이를 위한 엄마표 이야기

만수를 도와주다.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니 엄마가 문 앞에 서 계셨어요. 

     

“용기야, 너 마침 잘 왔다. 엄마 지금 마트에 가는 길인데  독감 예방접종 맞으러 가자.”    

 

용기는 머릿속이 하얘졌어요. 무시무시하고 뾰족뾰족한 주삿바늘이 온몸으로 달려드는 기분이었거든요. 용기는 잠시 고민하다가 손등을 바라보았어요.      


“엄마, 저 손이 너무 아파서 못 가겠어요.”

“손 다쳤니?”

“네, 오다가 넘어져서 다쳤어요. 엄마, 내일 가면 안 될까요?”     


엄마는 용기의 손을 보고, 연고를 발라주시고 장바구니를 챙겨 나가셨어요. 용기는 피식 웃었어요.     

 

‘아, 살았다. 오늘은 절대로 주사를 맞고 싶지 않은 날이야.’     


다음 날이 되었어요. 학교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용기는 아랫집 동생 만수가 울고 있는 것을 보았어요. 만수가 딱 치를 치고 있는데, 아는 형이 딱지를 빼앗아갔다는 거예요.     


용기는 화가 났어요. 엄마가 남의 것은 절대로 뺏는 게 아니라고 했거든요. 용기는 조금 무서웠지만, 만수에게 잠깐만 기다리라고 하고, 만수의 딱지를 빼앗아간 형에게 달려갔어요.     


“저, 형.”

“뭐야? 너 나 알아?”

“아니, 그건 아닌데요. 만수 딱지를 가져가셨다고 해서요.”

“뭐, 딱지? 아 그거, 그건 왜?”

“아, 다 쓰시면 돌려주시면 안 될까요? 만수가 딱지가 없어서 울고 있거든요.”

“여기, 가져가. 이젠 다 놀았어.”     


용기는 덜덜거리는 두 손으로 딱지를 받아서 만수에게 왔어요. 슈퍼맨처럼 멋지게 악당을 물리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용기는 만수를 위해서 딱지를 되찾아왔어요. 만수의 눈에는 용기가 슈퍼영웅 슈퍼맨, 슈퍼영웅 아이언맨으로 보였어요. 용기는 오늘도 용기를 냈어요.


용기는 위험에 빠진 만수에게 도움을 주고 집에 왔어요. 엄마가 어제처럼 현관문 앞에 서 계셨어요. 용기는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사실이 떠올랐어요.      


“용기야, 잊지 않았지?”

“엄마, 뭘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요.”

“어제 맞지 않은 주사 오늘 맞으러 가기로 했잖니.”     


용기는 오늘도 병원에 갈 기분이 아니었어요. 용기는 만수의 딱지를 되찾을 때 손을 덜덜 떨 듯 몸을 덜덜 떨며 배가 아프다고 거짓말을 했어요. 오늘도 엄마는 용기의 연기를 눈감아주었어요. 용기는 알까요? 엄마는 모든 것을 알고 계신다는 사실을요. 

작가의 이전글 용기, 용기 내다 1- 아이를 위한 엄마표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