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고영석을 만나다.
하루가 또 지나고 용기는 교문을 나오다가 깜짝놀랐어요. 집에 있어야 할 엄마가 교문에 떡하고 서 계셨거든요. 엄마는 용기를 바로 병원으로 데리고 갈 생각이었어요. 빠져나갈 구멍이 없던 용기는 엄마 손에 이끌려 병원에 갔어요.
병원에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데 누가 크게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어요. 눈물을 흘리던 주인공은 용기를 놀렸던 영석이었어요. 주사 맞고 울던 용기의 모습을 보고, 학교에 와서 친구들에게 얘기했던 바로 그 ‘고영석’이요.
용기는 자신이 보고 있는게 영석이의 모습이 맞는지 헷갈려서 두 손으로 눈을 비비기도 했어요. 너무 세게 비벼서 눈이 조금은 따끔거렸지만, 영석이가 맞았어요.
“고영석?”
훌쩍거리며 콧물을 질질 흘리고 있는 영석이가 고개를 들었어요. 영석이는 용기를 보고 너무 놀란 나머지 딸꾹질을 하기시작했어요. 콧물이 줄줄, 눈물이 줄줄, 딸꾹딸꾹 소리를 내는 고영석이에요.
“야, 고영석, 너 설마 주사 맞고 우는 거야?”
“아니, 그게 아니라. 아니, 주사가 아파서. 나 원래 주사 맞는 거 안 무서워하는데. 이번에는 너무 아파서 눈물이 난 거야.”
용기는 화가 났어요. 본인도 주사 맞고 울었으면서 자신을 놀렸던 영석이가 너무 미웠거든요. 지금 영석이의 이 모습을 반 친구들에게 다 알려 주고 싶었어요. 용기는 두 눈에 힘을 팍 주고 영석이를 노려보고 엄마 곁으로 갔어요. 용기의 뒷모습에서 찬바람이 쌩쌩 불었어요.
“아는 친구니?”
“네, 고영석이요. 같은 반 친구예요. 엄마, 저 너무 화가 나요.”
용기는 엄마한테 그동안 있었던 일을 숨도 쉬지 않고 빠르게 얘기했어요. 그리고 자신도 영석이처럼 친구들한테 영석이가 울었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다고 했어요. 용기의 이야기를 듣고, 엄마는 잠시 고민을 했어요.
“용기야, 네가 영석이처럼 똑같이 하면 기분이 나아질 것 같아?”
“음,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화가 나요.”
“속상했던 마음을 내일 영석이에게 얘기해보는 것은 어떨까? 누군가를 용서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단다.”
이번에도 주사를 맞고 눈물이 찔끔 난 용기는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워서 곰곰이 생각했어요. 깜박 잠이든 용기를 엄마가 깨웠어요. 엄마 옆에는 만수가 서 있었어요. 용기가 가장 좋아하는 소보르빵을 들고요.
“아줌마, 용기형, 정말 멋있어요. 지난번에 딱지를 빼앗겼는데, 용기형이 되찾아줬어요.”
용기는 엄마 앞에서 만수가 하는 칭찬을 들으려니 마음이 간질거렸어요. 용기는 자신이 주사 맞는 데는 용기가 없지만, 만수를 도와주고 고양이를 구해준 일에는 용기가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그리고 용기는 한 번 더 용기를 내기로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