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툭 톡톡' 빗소리가 들린다. 미세먼지도 없어서 창문을 열고 잤는데 새벽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나 보다. 아들은 본인 침대에서 이리 굴렀다 저리 굴렀다를 반복하면서 단잠에 빠져있다. 새벽 공기가 싸늘해서 감기에 걸릴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아들이 이불을 둘둘 말고 잔다.
김밥도 아닌데 아들은 이불만큼은 김밥김처럼 늘 돌돌 휘감는다. 웃긴 건 자면서 말고 자다가 답답하면 짜증을 내면서 깬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피곤해도 아들이 자다가 울거나 소리를 내면 어김없이 나의 눈이 떠진다. 학창 시절에 해산물을 먹고 언니가 식중독에 걸려 새벽에 응급실에 실려 간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언니랑 함께 자고 있었다. 언니가 병원에 실려가는 와중에도 단 한 번도 깨지 않은 이력을 가지고 있다. 이렇듯 난 한 번 자면 잘 깨지 않는다.
어떤 요인에도 영향을 받지 않을 것 같던 나의 수면에서 아들만큼은 예외대상이다. 한 번은 아이가 코가 막혀서 입으로만 숨을 내쉬어도 깨어나는 나 자신을 보고 기겁한 적이 있다. 엄마가 된 이후 나의 감각들은 아이를 위해서 초민감 모드 상태이다. 아무리 이 상태를 벗어나려고 해도 해제가 되지 않는다. 아이가 혼자 자기 시작하면 덜 예민해지지 않을까 기대 아닌 기대를 하고 있다.
계획은 4시 50분에 일어나는 거였는데 휴대폰을 확인하니 4시다. 휴대폰 액정 화면에 친한 언니에게 카톡이 와 있다. 그것도 한 시간 전에 와 있던 거였다. 오늘 새벽에 함께 자전거를 타러 가기로 했는데 빗소리에 잠에서 깬 언니가 다음으로 미루자는 문자였다. 혹시나 답문을 기다릴지 모르는 언니에게 답장을 하고 가만히 빗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가끔 눈을 감고 소리를 들으면 세세한 소리가 내 몸안으로 들어오는 느낌이 든다. 눈을 감는다. 듣는다. 들린다. 아들이 짧은 숨을 내뱉는 소리, 빗방울이 난간에 부딪히는 소리, 밤새 놀다가 거실 소파에서 코를 골면서 자는 남편의 코 고는 소리. 문득 궁금해진다.
나는 무슨 소리를 내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