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6시 자전거 타러 갑니다.
'비 오지 마라. 비 오지 마라.' 주문을 외우고 잤더니 비가 내리지 않았다. 나만의 착각이라도 이런 착각은 해도 기분이 좋은 것은 어쩔 수 없다. 어제 새벽에 자전거를 타지 못한 게 계속 마음이 걸렸는데 오늘은 탈 수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자전거를 한 시간 넘게 타고 샤워를 끝낸 후 내가 좋아하는 커피 한 잔을 마시며 글을 쓰고 있는 중이다.
아이는? 남편은? 자고 있다. 나는 세 사람이 살고 있는 있는 이 집에서 나 혼자만 깨어 있는 시간을 은근히 즐기는 편이다. 사실 아들이 언제 깨어날지 몰라서 쓰고 있는 내내 마음이 쫄깃하다. 내가 글을 쓰고 있으면 아들은 노트북 옆에 놓여 있는 마우스를 계속 눌러댄다. 하지 말라고 부탁해도 막을 수가 없다. 자신과 놀지 않으면 계속할 거라는 협박(?)을 대놓고 한다.
6시까지 친한 언니가 사는 아파트 후문으로 가야 한다. 입을 옷을 미리 챙겨놓았는데 또 선크림을 안방에서 가지고 나오지 않았다. 조용히 들어가서 선크림을 가지고 나오려는데 아들이 벌떡 일어났다. 완전히 잠을 깬 상태가 아니라서 손짓으로 더 자라고 신호를 주고 나왔다. 다행히 픽 쓰러져서 다시 자기 시작한다. 다행이다.
얼른 선크림을 얼굴과 팔에 덕지덕지 바르고 튀어나갔다. 헬멧까지 다 쓰고 나서야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아서 다시 헬멧을 벗고 마스크를 썼다. 마음이 급하니 순서가 바뀐다. 항상 느긋하게 준비하려고 하는데 늘 예상치 못한 순간들이 튀어나온다. 뭐, 예상 가능한 삶은 없으니 그때그때 조급한 내 마음을 다스리면 그만이다.
달린다. 바퀴가 굴러간다. 바람이 내 몸을 스친다. 미치도록 이 순간이 좋다. 자전거를 타고 달릴 때 공기의 흐름이 내 몸을 방패 삼아 지나가는 이 느낌이 좋다. 길가에 핀 꽃들은 어찌나 이쁜지 봐도 봐도 질리지 않다. 어제 비가 와서 풀들이 쑤욱 자라 있다. 그중에 길게 자란 풀과 꽃은 내가 다니는 자전거 도로를 침범해오고 있었다. 밉지는 않은 것들을 골려주기 위해서 페달을 밟은 발을 떼어 다리를 뻗어 길가에 난 풀과 꽃을 톡톡 건드렸다. 다행히 날카롭지 않은 녀석들이라서 다리가 간질거렸다. 아이는 꽃으로라도 때리지 말라고 하는데 일부로 꽃에게 맞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 좋다.
해를 보고 달리니 눈이 조금 부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어제 비가 와서 습해서 평소보다 땀이 많이 난다. 가볍게 즐기는 산책도 좋지만 다리 근육이 땅땅해질 때까지 자전거를 탄 후 얼굴, 등, 온몸에 땀이 쏟아져 내리는 것을 더 좋아한다. 수분이 빠져서 체중이 내려갈 거라는 기대감보다는 온몸에서 땀을 한 번 쭈욱 빼면 그냥 상쾌하다. 땀이 나지 않아도 내 삶을 착실하게 살아가지만 땀이 나는 순간만큼은 내가 열심히 살아가는 느낌이 든다. 가끔 나는 나의 몸을 아끼면서도 은근히 몰아붙이는 것을 즐기는 이중성을 갖고 있다.
자전거 타는 거에 적응되니 운동 강도를 올려도 피곤하지 않다. 오늘은 12km 정도 달렸는데 한 번에 쉬지 않고 20km를 달리는 게 올해 목표다. 자전거를 타느라 검게 그을린 피부가 신경 쓰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해보고 싶다. 그러려면 평일 새벽에 나와서 자전거를 타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