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밥

by 좋은아침

"아침에도 비빔밥 먹었는데 점심에도 비빔밥 먹어?"


"응, 저녁에도 먹으려고. "


"질리지 않아?"


"비빔밥은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던데. 난 생각해 봤는데 더 나이가 들면 맨날 비빔밥만 먹고살라고 해도 살 수 있을 것 같아."


"대단하다."


누구에게나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은 음식이 하나쯤 있을 것이다. 나에게는 '비빔밥'이다. 언제부터 비빔밥을 좋아했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성인이 될 때까지 시골에 살았던 터라 늘 밥상에는 고사리, 각종 산나물, 다양한 김치가 올라와 있었다. 엄마는 각각의 반찬을 하나씩 입에 넣어서 맛을 느끼는 것을 좋아하신 반면에 나는 모든 것들을 한 그릇에 넣고 고추장과 들기름을 넣어 쓱쓱 비빈 맛을 좋아한다. 가끔은 야채와 나물을 좋아하는 건지 고추장과 들기름을 좋아하는지 헷갈릴 때가 있었다. 결론은 따로 먹어봤더니 이도 저도 아닌 맛이라서 다 섞인 맛을 좋아하는 걸로 결론지었다.


남편은 비빔밥보다는 한 가지씩 입에 털어 넣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밥을 차리더라도 나는 큰 그릇에 다 비벼 넣고 남편은 나눔 접시에 따로따로 덜어준다. 내 입맛을 강요할 수 없어서 서로 합의를 본 부분이다. 평일에 밑반찬을 많이 해놓은 터라 아침, 점심을 비벼먹는 내 모습이 강렬했나 보다. 나에게 대단하다는 말을 해주는 걸 보니.


결혼 전 직장생활을 할 때 저녁으로 늘 비밤밥을 먹었다. 늦게까지 일을 하는 직업을 가졌던 터라 속에 덜 부담되고 소화가 빠른 음식으로 비빔밥이 최고였다. 오죽이야 한 달 내내 비밤밥만 먹는 나를 보고 동료가 혀를 내둘렀다. 그래도 아랑곳하지 않고 난 비빔밥만 시켰다.


비빔밥의 영향인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개인주의 성향이 있으면서도 콩나물과 산나물이 섞이듯 사람들과 어울려 살고 싶은 욕구도 크다. 나의 마음을 반영하듯 비빔밥 재료를 많이 만든 날은 친한 동생과 언니를 집으로 꼭 부른다.


내가 해준 비빔밥을 맛나게 먹는 모습도 좋지만 맛있다면 좋은 소리를 해주는 동생과 언니 덕분에 어깨가 으쓱 올라간다. 가끔 보면 나는 나이는 먹지만 칭찬 앞에서는 어린아이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가끔 내가 만든 비빔밥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예전 같으면 억지로 비벼서 꾸역꾸역 먹어댔다. 이제는 먹는 걸 여러 번 시도하다가 되지 않으면 미적거리며 빼버린다. 가끔 과감하게 빼놓고 싶지만 아직은 익숙하지 않다. 난 몸에도 마음에도 근육이 붙어야 잘하는 편이다.


앞으로도 내 밥상에도 내 삶에도 비빔밥이 올라올 테지만 잘 비벼서 한 그릇 뚝딱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배도 마음도 든든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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