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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관 단둘이 떠나는 첫 외박여행

공주 공산성, 정림사지 5층 석탑, 국립 부여 박물관

by 좋은아침

공주 공산성

백제는 고구려 장수왕의 공격으로 한성이 함락되고, 개로왕이 전사하여 문주왕이 수도를 웅진(공주)으로 옮깁니다. 공산성은 백제의 왕성이자 세계유산에 등재된 유적이라고 합니다. 숙소를 공산성 바로 앞에 잡은 이유는 아침 일찍 사람이 없을 때 아이와 왕성을 둘러보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숙소에서 제공되는 조식을 먹고 9시가 되기 전에 공산성으로 걸어갔습니다. 아침공기가 쌀쌀한지 아이 입이 살짝 나왔더라고요.

그래도 처음 보는 왕성의 모습이 신기한지 아이는 큰 불평을 늘어놓지는 않았습니다. 성벽아래로 펼쳐지는 풍경과 떨어지면 크게 다칠 아찔함 때문인지 아이는 신나 보였습니다. 사실 제가 고소 공포증이 있어서 다리가 후들거렸는데, 제가 겁을 먹는 모습을 보이면 성벽을 따라 걷지 않는다고 할까 봐 두려운 마음을 꾹꾹 참았네요. 아이와 성벽을 따라 걸으면서 과거의 누군가도 같은 길을 걸었을 생각을 하니 느낌이 이상하더군요.


아이는 왕성치고 작은 규모에 놀란 눈치였어요. 백제가 그 당시 얼마나 다급하게 성을 옮겼을지 짐작이 갔습니다. 화려했던 모습을 뒤로하고, 공주로 오게 된 백제인들은 마음은 어땠을까요? 아이와 한 시간 반 넘게 공산성을 걸으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장소가 바뀌니 아이도 평소에 하지 않았던 비밀 이야기를 털어놓더라고요. 역시 여행은 사람의 마음을 들뜨게 하나 봅니다.


정림사지 5층 석탑

백제는 웅진에서 사비 지금의 부여로 천도를 합니다. 웅진이 산악 지형이어서 방어에 유리하지만 국가 발전에 한계가 있었거든요. 성왕 때 부여로 천도하여 국호도 남부여로 변경하였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나. 당 연합군의 공격으로 의자왕 때 백제는 막을 내립니다.


이번 여행에서 백제의 천도 과정을 따라가고자 하였습니다. 공산성 다음으로 부소산성을 가려고 했으나 아이가 적극적으로 반대를 하였습니다.


"엄마, 나 아침에 너무 많이 걸어서 좀 덜 걷는 곳으로 가고 싶어."

제 계획대로 여행을 했다가는 더 큰 원망을 들을까 봐 정림사지 5층 석탑으로 목적지를 변경했습니다. 정림사지 5층 석탑에 도착해 보니 박물관도 잘 조성되어 있어서 실컷 관람을 할 수 있었습니다. 역사수업인지 미술수업인지 모르겠으나 한 무리의 아이들이 스케치북을 들고 석탑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거대한 석탑 앞에서 아이와 사진도 찍어보고 탑을 돌면서 크고 작은(?) 소원도 빌어보았습니다.


백제인들은 우뚝 솟은 탑을 어떤 마음을 바라보았을까요?


국립 부여 박물관

정림사지 5층 석탑 근처 식당에서 든든하게 배를 채운 후 국립 부여 박물관으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겨울 방학 막바지여서 인지 사람들이 제법 있더라고요. 아이는 여러 번 국립 부여 박물관에 와서 인지 알아서 척척 걸음을 옮겼습니다. 아이는 박물관에 들어서자마자 메인홀에서 상영되는 영상을 봐야 한다고 제게 말했습니다.

작년에 저 없이 이모들이랑 왔을 때 메인 홀에서 상영되는 영상이 아이 표현을 빌자면 기가 막히게 좋았다고 하네요. 정해진 시간에 상영되는 거라서 우선 전시물을 둘러보았습니다. 역시나 '백제금동대향로'가 눈길을 끌어서 한참 동안 아이와 보았습니다. 도교와 불교가 반영된 조각은 신기하다 못해 입이 떡떡 벌어졌습니다.


아이는 금동대향로를 보면서 여러 동물 조각들을 찾는 것을 좋아하더군요. 아직은 숨은 그림 찾기를 좋아하는 나이인가 봅니다. 국립 부여 박물관 홀이 어두워지고 영상이 시작되었습니다. 백제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영상 속에서 다소 무시무시한 장면이 나오니 몇몇 아이들은 울음을 터뜨리더군요. 아이는 작년과 영상이 달라졌다고 하면서 꽤 집중하면서 영상을 보았어요. 솔직히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영상을 보았는데 생각보다 잘 만든 영상 덕분에 시간이 어떻게 지나는지 모르고 관람을 했네요. 다음번에는 아빠도 꼭 데려와서 같이 보자고 약속을 했습니다.


국립 부여 박물관 관람으로 1박 2일간의 여행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늘 여럿이 가다가 단둘이 가니 아이의 속도에 맞출 수 있어서 조금은 느린 여행이었어요. 아이 보다 더 느린 속도로 제가 관람하니 아이도 제 속도에 맞춰주고요.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이에게 몇 가지 질문을 했습니다.


"쫑아, 이번 여행 어땠어?"

"좋았어. 다음에도 또 가고 싶어."

"가장 기억에 남는 거 있어?"


아이는 한참을 고민하더니 국립 부여 박물관과 공주 공산성을 뽑았습니다. 이유는 금동대향로가 멋있었고, 공주 공산성은 오랫동안 걸어서 힘들어서였습니다. 참 아이다운 답변이지요. 아직은 세세하게 역사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게 힘들지만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요?


집에 도착할 때쯤 잠에 취해서 무거운 눈꺼풀을 잡고 있는 아들에게 다시 질문했습니다.


"쫑아, 저녁에 아빠 보면 얘기해주고 싶은 유물이나 장소 있어?"

"엄마, 나 너무 많이 봤나 봐. 기억이 안나."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는 답변입니다. 너무 빽빽한 일정이었나 봅니다. 이번에 여행을 해보니 오전에 한 곳, 오후에 한 곳을 가는 게 아이에게 맞을 거란 생각이 드네요. 다음 여행은 경주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들과 함께한 첫 외박여행은 안전하게 잘 마무리하였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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