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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말말말

엄마 시대에는...

by 좋은아침

아이와 있다 보면 톡톡 튀는 순간이 있다. 톡톡이 웃음과 화로 이어지기도 한다. 어떨 때는 처음에는 웃다가 나중에는 매서운 눈초리를 보내기도 한다. 요즘 우리 집 꼬맹이는 '엄마 시대에는...'에 빠졌다.


길을 걷다가


"엄마, 엄마시대에는 신호등이 있었어?"


엘리베이터 안에서


"엄마, 엄마 시대에는 엘리베이터가 있었어?"


휴대폰을 보고 있으면


"엄마, 엄마 시대에는 휴대폰이 있었어?"


처음에는 질문 자체가 어이없으면서도 웃겨서 웃으며 답변을 했더랬다. 늘 시작은 미미하지만 그 여파는 큰 법이다. 나의 기분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꼬맹이는 '엄마 시대에는...'질문을 퍼붓곤 한다.


"쫑, 네가 누리는 대부분의 것들이 엄마 시대에 있었어. 그 형태는 달라도 비슷한 기능들을 하는 것들이 많이 있었어."

매서움을 눈에 달고 말을 이어나가자, 꼬맹이는 딴청을 피우면 한마디 한다.


"아, 그렇구나. 난 또 엄마 시대는 구석기시대와 비슷한 줄 알았지."


겨울 방학 때 함께 역사를 공부시작한 이후로 아이는 '엄마 시대'부터 선사시대에 사용했을 법한 돌도끼, 찍개, 반달돌칼을 사용해 봤는지 묻고 있다. 아이의 표정만 봐도 안다. 답을 이미 알면서 질문한다는 것을.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같은 질문을 해도 질리지 않나 보다.


가끔 마음속으로 간절히 빌어 본다.


'나중에 쫑이 결혼하면 쫑의 아이도 꼭 '아빠 시대에는'을 질문하게 해 주세요.'


소원아, 이루어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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