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예뻐?
엘리베이터 안에는 쉬지 않고 영상이 나오는 광고판이 있다. 집에 텔레비전이 없는 아들은 엘리베이터를 탈 때마다 뚫어져라 광고판을 보곤 한다. 평소와 다른 광고가 나오길래 나 역시 광고판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운동화 광고였는데, 모델이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쫑아, 방금 광고에 나온 모델 예쁘지 않아?"
"흥, 엄마는 저 여자가 예뻐? 내가 예뻐?"
백설공주에 등장하는 마법의 거울도 여왕에게 같은 질문을 받았다. 거울의 마음이 조금 이해가 간다. 백설공주는 백설공주의 매력이, 여왕에게는 여왕의 매력이 있는데 말이다. 어쩌면 거울은 백설공주라고 말함으로써 여왕에게 같은 질문에 시달리는 것을 피한 것은 아닐까?
"음, 넌 너대로, 모델은 모델대로 예뻐?"
여왕은 처음에는 자신이 만족하는 대답을 들었지만 결국에는 백설공주가 아름답다는 말을 듣는다. 마녀는 자신이 가장 아름다운 존재로 빛나야 하기에 독사과를 들고 백설공주를 찾아간다. 운동화 광고가 끝나고 햄버거 광고로 바뀌었다. 이번에는 남자 모델이 등장했다. 아이돌 그룹 멤버인데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다. 모델 보다는 맛있게 재료가 올라간 햄버거가 눈에 들어왔다.
"엄마, 엄마는 저 남자가 잘생겼다고 생각해?"
"객관적으로 잘 생겼지. 근데 엄마 스타일은 아니야."
웃음기 가득한 눈길로 나를 째려보면 아들은 입을 열었다.
"아이고, 엄마는 어떻게 예쁜 사람을 옆에 두고도 그것을 못 알아볼까. 에휴휴. 몰라도 너무 몰라요."
여왕이 우리 아들처럼 자신이 아름답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지했더라면, 백설공주는 편안하게 성에서 지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일곱 난쟁이와 왕자의 만남도 없었을 것이다.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아름다움은 스스로 판단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