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 없이 시작되는 새벽

by 좋은아침

일찍 일어나기 위해서 알람을 맞췄습니다.

이제는 알람을 맞추지 않는다.


낮잠을 잔 횟수를 세어보라면 제 열 손가락이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그만큼 저는 낮잠을 거의 자지 않는, 아니 정확히 말하면 못 자는 사람입니다. 아이를 품고 있던 시절조차 낮잠을 잔 기억이 없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그게 가능하냐고 되묻지만, 저에게는 충분히 가능했습니다.


낮잠을 자지 않아도 밤잠이 깊고 달아서, 낮잠을 잘 기회 자체가 생기지 않습니다. 코골이가 심한 남편과 같은 방을 쓰지만 숙면을 하고 일어나기까지 합니다. 축복받은 유전자라는 말도 듣곤 합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가 몸에 밴 저로서는 낮에 졸리지 않은 대신 밤 9시가 넘어가면 졸음이 밀려옵니다. 더 놀고 싶은 아들이 침대에서 아빠랑 장난을 쳐도 저는 잠에 빠져듭니다. 신랑이 이런 저를 늘 신기하게 바라봅니다.


‘새나라의 어린이’ 같은 삶이 저에게는 잘 맞지만, 기상 시간이 빨라지고 있습니다. 5시 반, 5시, 4시 반. 30분씩 빨라지더니 이제는 4시 30분이 기상시간이 되었습니다. 4시 30분에 졸린 기색 없이 맑은 정신으로 눈이 번쩍 떠집니다. 더 자려고 해도 잠기운이 달아난 뇌는 더 자기를 거부합니다.


깨어있는 상태에서 침대에 누워있는 일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를 알기에 이불 안을 빠져나옵니다. 커튼을 치지 않은 거실은 밝기만 합니다. 계절의 변화는 새벽이라고 일컫는 시각의 농도로 알 수 있습니다. 어둠이 짙지 않은 새벽은 여름만의 매력입니다.

일부러 저녁 운동을 다녀와도, 머리를 써도 잠을 떨쳐버리고 일어나는 제 몸을 볼 때마다 조금이라도 더 놀고 싶어서 잠을 버티는 아들이 떠오릅니다. 참는 게 얼마나 힘들지 알기에 일찍 깨는 몸과 놀기를 선택합니다.

최근에 글쓰기를 게을리해왔는데, 다시 열심히 글을 써볼까라는 마음이 스며듭니다. 글 쓰라고 몸이 날 깨우나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까지 하면서 말이지요. 새벽시간을 좋아하는 제 몸 덕분에 오늘 하루도 긴 낮시간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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