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우리 이제 빼기를 해볼까? 너한테 사탕이 열 개 있어. 엄마가 두 개만 달라고 하면, 몇 개가 남을까?”
“싫어. 엄마 안 줄 거야.”
아이가 아직 어렸을 때, 뺄셈을 처음 가르치던 날의 기억이다. 정답은 분명 8이었지만, 아이의 대답은 단호한 거절이었다. 사탕의 달콤함을 이제 막 알아가기 시작한 아이에게 ‘엄마에게 준다’는 가정조차 아까웠던 모양이다. 나는 진지하게 설명했다. “진짜 주는 게 아니라, 그냥 숫자 놀이라는 거야.”
이 작은 에피소드는 뺄셈을 배우는 과정이 얼마나 감정과 얽혀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뺄셈을 어려워했던 시기가 있다. 수학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로 말이다.
덧셈은 쉽다. 더하면 풍요로워지고, 많아지고, 넉넉해진다. 반면 뺄셈은 잃는다는 느낌을 준다. 내 것을 내어주는 일, 줄이고 덜어내는 일은 어린아이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쉽지 않다.
하지만 나는 지금, 어쩌면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뺄셈을 하고 있다.
더 나은 삶을 위해 나는 한동안 무언가를 계속해서 더해왔다. 새로운 책, 새로운 도전, 새로운 계획들. 더하면 더 좋아질 줄 알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달았다. 삶은 마냥 더한다고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오히려 나에게 돌아온 건 효율이 떨어진 에너지와 깊은 피로감뿐이었다.
그래서 방향을 바꾸었다.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를 해보자. 내 삶에서 필요 없는 것들을 덜어내자. 그렇게 시작된 나의 뺄셈은 의외로 많은 영역에서 변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체중 관리였다. 나이를 먹을수록 몸은 같은 양을 먹어도 지방을 더 많이 저장한다. 특별히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참 야속하다. 결국 나는 식단에서 군것질을 줄이고, 채소의 비중을 늘리며, 더 자주 몸을 움직이기로 했다. 결혼 하기 전보다는 체중이 늘었지만 여전히 원하는 체중을 유지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또 하나, 나의 오랜 나쁜 습관—웹툰 보기.
재미있는 작품을 시작하면 밤을 새우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손목이 아프고 눈이 따갑고, 몸 구석구석이 피곤해졌지만 멈출 수 없었다. 그 피로는 결국 짜증이 되고, 일상 곳곳에 불편함을 남겼다.
그러다 13일 전, 독서 모임에서 “삶을 더 좋게 만드는 건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가 아닐까요?" 라는 자문하는 말을 한 후 그 자리에서 웹툰을 끊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지금, 웹툰을 보지 않은 지 13일째.
놀랍게도 나는 달라졌다. 밤에는 일찍 잠들고, 아침엔 상쾌하게 눈을 뜬다. 내 얼굴은 한결 밝아졌고, 눈의 피로가 줄어드니 두통도 사라졌다. 웹툰 대신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고, 그 시간은 생각보다 훨씬 소중했다.
이쯤이면 꽤 성공적인 뺄셈이 아닐까?
나는 요즘 자주 생각한다.
삶은 무언가를 더 많이 갖는 데서 오는 게 아니라, 꼭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덜어내는 과정이 아닐까?
뺄셈은 어렵다. 특히 그것이 내가 좋아하던 것이라면 더더욱.
하지만 한 번 해보면 안다. 뺄셈은 결코 ‘덜어냄’이 아니라, ‘되찾음’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