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돼지국밥 뚝 딱!
“엄마, 놀아줘."
월요일 아침 6시. 아들이 일어났다.
“엄마, 놀아줘.”
화요일 아침 6시. 아들이 일어났다.
습관이 되려면 3일 정도만 반복하면 습관이 된다는 설이 있다. 좋은 습관이면 상관없겠지만 누구도 원하지 않는 거라면 굳이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아들의 이른 기상은 나도 신랑도 바란 적 없는 일이다.
이틀 째 아들이 일찍 일어나고 있다. 그것도 6시에.... 일찍 일어나는 아들 덕분에 나의 미라클 모닝은 큰 타격을 입었다. 몰입해서 뭔가를 이어나가기에 애매한 시간이 되었다. 나의 정신은 다 깨어놓고 잠이 덜 깨서 거실 바닥이나 소파에서 굴러다니는 아들을 보며 나는 할 일을 찾아 나섰다.
그 일이라는 것은 시끄러운 청소는 할 수 없어서 요리하기다. 어제 자전거로 퇴근하면서 정육점에 들려 돼지등뼈를 사 왔다. 크지 않은 가방에 묵직한 돼지등뼈를 짊어지고 오니 어깨가 뻐근했다. 날이 더워서 요리를 밤에 할까 고민했었는데 일찍 일어난 아들 덕분에 아침부터 돼지등뼈를 삶기 시작했다.
돼지등뼈로 만들고자 한 요리는 나만의 김치 돼지국밥이다. 우선 돼지등뼈를 차가운 물에 넣고 50분간 핏물을 뺀다. 물에 담가놓고 2~3번 물을 갈아준다. 삶기 전 흐르는 물에 뼈를 씻어내고 큰 냄비에 넣는다. 등뼈가 물에 잠길 정도로 물을 넣고, 통후추 5알, 월계수 잎 5장, 된장 2숟가락을 넣고 한 시간 정도 끓인다. 끓이는 동안 돼지 뼈에서 올라오는 불순물을 국자로 건져낸다.
한 시간 정도 끓이고 건져 낸 다음 차가운 물로 샤워를 시켜주면서 불순물을 다시 제거한다. 이제부터 남편과 아들을 위한 고난의 작업이 시작된다. 등뼈 사이사이에 아름답게 붙어있는 살을 발라낸다. 뼈에 붙은 살을 파먹기 위해서 힘들 남편의 손가락을 위해서, 한 입에 쏙 들어가는 고기를 선호하는 아들을 위해서.
아침이라 에어컨을 틀어놓지 않았다. 가스불에서 나에게 옮겨 붙는 열기가 강렬하다. 나의 이마에 등에 땀이 흐를지언정 김치 돼지국밥을 향한 나의 투지는 멈추지 않는다. 다 발라낸 살을 그릇에 넣어두고 돼지등뼈의 고소한 육수의 불순물은 채에 쏟아부어 한번 더 거른다. 한 번 더 걸러낸 육수와 고기를 넣고, 물을 가득 붓는다. 된장을 넣어서 인지 간이 짭짤하다. 물을 넣고 김장김치 한 포기를 꺼내와서 매운 양념을 다 씻어내고, 송송송 썰어낸다.
뽀얀 국물 속으로 김치들이 퐁당퐁당 들어간다.
김치, 고기, 육수가 들어간 상태에서 30분을 더 끓인다. 간장? 소금? 다 필요 없다. 김치의 진한 맛이 국에 스며들어 다른 양념을 넣기를 거부한다.
아들이 유치원에 가야 하기에 잠시 가스불을 끄고, 다시 돌아와서 가스불을 다시 켠다. 마지막으로 타이머 10분을 맞추고 약불에서 계속 끓인다. 빨간 기운이 하나도 없는 김치가 들어간 국은 시원하다. 고기로 인한 기름은 국자로 중간중간에 떠서 버린다.
띠띠띠. 드디어 완성. 완성되자마자 즐겨찾기에 저장된 번호를 전화를 걸었다. .
“언니, 오늘 일하러 가기 전 김치 돼지국밥 드시러 오실래요?”
친한 언니에게 전화를 걸어서 국밥 한 그릇 점심으로 먹자고 청했다. 어제는 잡채를 만들어서 같이 먹고, 오늘도 부르니 언니가 미안해하는 게 느껴진다. 집에 커피도 있고, 밥도 있으니 꼭 빈손으로 오라고 언니에게 재차 당부했다.
나의 친함의 척도는 밥 먹기 인 것 같다. 친하다고 생각하면 “밥 한번 먹어요.”는 빈말이 아니다. 밥 먹자라는 말도 친하지 않으면 하지도 않는다.
특히 아이를 키우면서 친해진 언니는 나에게는 자매가 셋이나 있지만, 매일 보니 그 정이 두터울 수밖에 없다. 밥 차리다가 생각나면 숟가락, 젓가락 하나 더 놓을 생각에 언니에게 전화를 건다. 밥 한번 먹는데 반찬을 뭘 꺼낼지 고민도 안 하고, 있는 거로 맛나게 먹자 생각해도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언니가 있어서 난 참 행운아란 생각이 든다. 언니는 늘 내가 만든 요리를 얻어먹는다고 하지만, 언니를 통해서 늘 마음이 든든한 터라 요리하는 수고가 힘들지 않다.
오늘은 김치 돼지국밥이었는데, 오늘 퇴근길에 양송이를 사 왔으니 내일은 파스타 한 그릇 뚝딱해야 하지 않을까? 언니가 내일도 시간이 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