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백신 "화이자"를 맞다.
7월 31일. 드디어 예약을 해놓은 코로나 19 백신을 맞는 날이다. 남편은 얀센을 맞았는데 나는 화이자를 맞는다. 얀센을 맞고 건강한 남편이 하루가 넘게 열이 나고, 근육통을 호소한 모습을 지켜보았기에 화이자를 맡기 전 부작용에 대한 검색을 했다. 그래도 얀센보다 나은 것 같아서 마음 한 구석에서 찝찝함이 덜하기는 했다.
9시에 백신을 예약했지만 병원에 주사를 맞기 위해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기에 8시 45분에 병원에 갔다. 앗, 역시 세상에는 부지런한 새들이 많다. 이미 병원은 대기자로 가득했다. 빨리 갔는데도 불구하고 대기 10번이었다. 인적사항을 적으니 간호사 선생님이 화이자라고 적혀있는 동그란 딱지를 왼쪽 손등에 붙여 주셨다. 주사 한 방 맞는데 절차가 있다 보니 마치 시험지를 기다릴 때의 긴장감이 나의 몸을 살짝 타고 지나갔다.
9시가 되자 대기자 한 명씩 진료실로 들어갔다. 주사 한 방 맞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이 들어가고 나서 한참이 걸리고 나서야 나왔다. 기다리기 지루할 까 봐 책 한 권을 들고 왔는데 책에 시선은 고정시켰지만 워낙 사람들이 많은지라 사람들의 대화 소리가 나의 귀에 저절로 들어왔다.
중년의 여자 두 분은 자신 회사 동료가 제주도에 갔다가 밀 접촉자로 분류되어 제주도에서 격리되어 있다는 이야기부터, 아는 친구의 친구가 코로나에 걸렸다는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코로나에서 이야기는 다이어트로 훌쩍 넘어갔다. 두 분 중 한 분은 누가 봐도 날씬한 몸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나이 드니 살이 쪄서 큰일이다라는 이야기를 계속하셨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분은 통통한 몸매이셨는데 친구의 근거 없는 투정을 계속 듣는 시선이 영 편안하지 않아 보였다. 역시 여자들 사이에서 살 이야기는 어딜 가나 빠질 수 없는 소재인가 보다.
타인의 삶을 귀로 훔쳐 들으면서 머릿속에 이런저런 생각을 할 때쯤. 나의 이름을 부르는 기계음이 들렸다. 읽고 있던 책을 들고 온 에코가방에 집어넣고 진료실에 걸어 들어갔다. 단골로 가는 병원이지만 늘 반기는 표정이 없는 의사 선생님의 맞은편에 자리를 잡았다. 앉는 즉시 준비된 주사를 왼쪽 팔에 맞았다.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선생님은 주의사항을 몇 가지 알려 주셨고, 간호사 선생님은 백신 접종 관련 안내문과 함께 병원에서 15분 머물다가 나가야 한다고 안내해 주셨다.
15분 안에 별다른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다행이다 생각하면 집에 돌아오니 남편이 육아는 전적으로 자신이 책임질 테니 쉬라는 사탕보다 아이스크림보다 더 달콤한 말을 했다. 그리고는 곧장 아들을 데리고 도서관으로 떠났다.(고맙소! 남편)
남편과 아들이 없는 시간은 나에게 휴가이기에 소파에서 뒹굴거렸다. 여전히 몸에서는 백신을 맞고 어떠한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서서히 주사 맞은 팔에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누가 바늘로 콕콕 쑤시는데 바늘은 빼지 않고 바늘이 계속 피부에 남아있는 그런 느낌의 통증이 왼쪽 팔 전체로 번져 나갔다. 워낙 고통을 잘 참는 편이라서 그러려니 하고 점심을 먹고,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 12시 조금 넘었을까. 통증 때문에 잠에서 깼다. 자다가 왼쪽 팔에 나의 체중이 살짝 실리자 욱신거림이 심해서 잠이 달아나버렸다. 미련하게 참아보자는 생각으로 타이레놀을 먹지 않은 사실이 생각나서 얼른 부엌에 가서 타이레놀 두 알을 물과 함께 꿀꺽 삼켰다. 통증도 통증이지만 졸린 터라 다시 침대에 누웠다. 새벽 4시 다시 팔 통증 때문에 다시 일어났다. 이번에는 속이 살짝 울렁거려서 미지근한 물을 한 잔 마시고 고통이 가라앉기를 기다렸다.
속 울렁거림은 심하지 않았기에 괜찮았지만 팔은 통증이 더 심해져 팔을 들어 올려 머리를 묶으려면 '으악'소리가 절로 나왔다. 토요일 10시쯤 주사를 맞고 일요일 오후까지는 왼쪽 팔을 잘 들어 올리지 못했다. 오징어 다리가 축 쳐져 있는 것 마냥 왼쪽 팔은 조금이라도 올리면 고통이 찌릿해서 계속 내리고 있어야만 했다. 처음 느껴보는 거라서 신기하면서도 2차 접종은 더 아프다는 지인들의 말이 생각났다. 설마 그러지는 않겠지???
이틀이 지나서야 고통이 사라져서 팔을 자유자재로 들어 올릴 수 있었다. 처음 겪어보는 나의 신체 반응이 얼떨떨했지만 2차 접종을 할 생각을 하니 걱정이 앞선다.
나와 함께 일하는 언니는 접종 후 두통과 울렁거림이 심해서 고생을 했지만 팔에 통증은 심하지 않았다고 했다. 같은 백신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보면 신기하기까지 하다.
백신을 맞았다고 해도 마스크를 벗는 것은 아니지만 하루빨리 코로나가 사라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