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해도 내 삶이다.

분단위로 움직이는 중입니다.

by 좋은아침

오랜만에 할 일이 빈틈없이 꽉 채워지는 하루를 보냈다. 아침에 일어나서 미라클 모닝을 하고, 아이를 깨워 밥을 먹이고, 유치원 갈 채비를 했다. 유치원 버스를 태워 보내자마자 돌려놓은 세탁기에서 빨래를 꺼내 금방 마르는 옷들은 옷걸이에 걸어 베란다에 널고, 나머지는 건조기에 집어넣었다. 착착착! 할 일을 하나씩 해내고, 노트북 앞에 앉았다. 구독해서 읽고 있는 분들의 글도 읽고, 짧은 글을 브런치에 올리니 어느덧 9시 반이었다.

화요일 10시는 신청해 놓은 도서관 수업을 듣는 첫날이다. 걸어서 가기에는 멀고 차를 타고는 집에서 10분 정도 걸리는 도서관까지 가야 한다. 노트와 필기도구를 챙겨서 지하주차장에 가니 자동차 내부 시계는 9시 3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최근에 차를 몰일이 없어서 혹시나 자동차 배터리가 방전되었을까 봐 걱정이 앞섰지만 다행히 멀쩡했다. 사실 올해만 해도 자동차 문을 제대로 안 닫아서, 라이트를 켜놓아서, 차를 오랫동안 안 타서 자동차를 방전시킨 전적이 있다.


차들로 빡빡하지 않은 도로를 시원하게 달리며 도서관으로 향했다. 밴드 양반들의 <혼자가 되는 시간>은 홀로 운전할 때 듣는 나의 최애 곡이다. “혼자가 되는 건 싫어, 둘이 되는 것도 싫어, 하나가 난 되고 싶어.”로 노래는 끝나지만 혼자 있는 차 안에서는 하나가 되고 싶은 이가 없기에 오로지 혼자이고 싶다.

잘 부르지 못하는 노래를 흥얼거리는 특권을 누리는 시간.


도서관에 도착도 하기 전에 타 지역에서 오시는 강사님이 차가 밀려서 10분 정도 늦으신다는 문자가 나의 휴대폰으로 와 있었다. 예전 같으면 시간을 지키지 않은 사람을 보고 발끈했겠지만 급한 마음에 혹시나 안전하게 강사분이 오지 못할까 봐 걱정이 앞섰다. 매년 달력의 연도가 바뀌는 것만큼 나 역시 조금은 변하고 있구나가 느껴진다. 덜 조급해하고 덜 나만 생각하는 삶.


지인이 추천 해준 수업이라서 아는 분들이 몇몇 보였다. 서로 잘 몰라도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10시 10분이 되자 강사분이 도착하셨다. 급하셨던지 얼굴에도 급함이 묻어 있었다. 간단하게 자신을 설명하고 말을 탄 인디언이 뒤를 바라보는 그림을 보여주셨다.


“이 그림은 제가 좋아하는 그림이에요. 이 그림을 통해서 무엇을 알 수 있을까요? 인디언이 뒤를 돌아보는데 왜 그럴까요?”


이미 답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작게 ‘영혼’이라는 단어를 내뱉었다. 인디언들은 앞을 향해 달려가더라도 자신의 영혼이 도착할 시간을 기다리기 위해서 멈춰 선다고 한다. 앞만 보고 달리느라 자신의 마음은, 자신의 영혼을 돌볼 줄 모르는 사람들을 향한 경고일 수도 있고, 안타까움을 표현한 그림 같기도 했다.

몸도 잘 보살펴야겠지만 우리의 마음도 안녕한지 자주 묻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내 마음아, 오늘은 안녕하니?


두 시간 수업이지만 12시 10분까지는 학교 도서관에 가야 하기에 11시 30분에 조용히 문을 열고 나왔다. 한참 옛이야기에 관련된 수업이기에 본격적으로 내용이 흘러가려고 하는데 듣지 못해서 아쉬움이 엄청났다. 이날 수업이 재미있었냐고 물어온 함께 일하는 언니에게 ‘언니, 화장실을 다녀왔는데, 중간에 나온 느낌이에요.’라고 답변할 수밖에 없었다.

11시 31분에 차에 시동을 걸자마자 집에 도착하니 11시 43분이었다. 점심 먹을 시간이 없어서 토스트를 구워서 쨈을 발라서 허겁지겁 먹었다. 그리고 정확히 11시 55분에 나와서 파워워킹으로 학교도서관을 향했다. 역시 마음이 급하니 몸도 티가 난다. 평소와 다르게 빠르게 걸으니 주변을 돌아볼 여유도 생기지 않는다.

학교에 제시간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나의 영혼을 기다릴 마음조차 생기지 않았다. 하하하. 역시 급하면 모든 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화요일 하루를 분단위로 움직였더니 기운이 쏙 빠졌다. 수업은 듣고 싶고, 일도 해야 하고 둘 다를 놓을 수 없어서 정신이 없었지만 그래도 당분간은 둘을 포기 못할 듯싶다.

법륜 스님 책에서 욕심을 내려놓고 집착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는데 당분간은 스님의 이야기를 따를 수 없을 듯싶다. 내 삶인데 가끔은 욕심부리는며 즐겁게 사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몸음 살짝 피곤해도 정신이 즐거우니 그걸로 만족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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