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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아침 Sep 30. 2021

콩닥콩닥 육아

풍선껌 사투기 

오후 4시 7분. 유치원 셔틀버스 도착시간이다. 늘 늦지 않게 도착했기에 걸어가고 있는 중 같은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는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언니, 셔틀이 먼저 도착해서요. 쫑은 제가 데리고 있을게요.”


“응, 고마워. 곧 도착해.”     


평소보다 일찍 도착한 셔틀이 내 걸음을 재촉했다. 뛰다시피 해서 걸어갔더니 쫑은 나를 보자 달려들었다. 동생에게 고맙다는 말과 함께 집에 가려고 했지만, 쫑은 친구의 동생이 오는 것까지 보고 싶다고 했다. 비가 살짝 오는 날씨에 집에 얼른 가려고 했지만 발이 묶이고 말았다. 입이 심심할 아이들을 위해서 넉넉하게 요구르트를 사 오니, 아들 친구 엄마는 풍선껌 세 개를 사서 자신의 아들 하나, 쫑 하나, 나머지 하나는 곧 도착할 둘째를 위해 손에 쥐고 있었다.  

    

복숭아 맛 풍선껌을 든 쫑은 눈을 크게 뜨며, 뭐가 좋은 지 팔짝팔짝 뛰기 시작했다.     


“엄마, 나 풍선껌 처음 먹어보잖아. 이거 진짜 맛있을 것 같아. 신난다.”    

 

생각해보니 껌을 사준 적이 없었다. 마스크를 쓰고 껌을 씹기에 불편할 것 같아서 집에 가서 먹자고 약속을 하고, 옹기종기 모여서 아이들과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하자마 쫑은 손을 초고속 스피드로 닦은 다음 풍선껌을 꼭 쥐고 이리저리 살피기 시작했다.   

   

수술을 앞둔 의사처럼 포장지 안에 있는 껌을 꺼내는 방법을 궁리하더니, ‘아하’를 외치며 측면으로 살짝 삐져나온 비닐을 돌돌 돌리며 당기기 시작했다. 껌이 다섯 개가 들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킁킁거리며 껌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씹지도 않았는데 달달한 복숭아 향이 아들 얼굴에서 풍겼다.     


“엄마, 포장지 안에 또 포장지가 있어. 엄마, 그럼 이거 은색 종이 안에 있는 걸 먹으면 되는 거야.”     


나의 대답이 떨어지기 무섭게 아들은 포장지를 벗겨낸 기다란 껌을 한입 한입 입안으로 밀어내기 시작했다. 작은 입에 껌이 들어가니 아들은 손가락에 침까지 묻히며 껌을 입속으로 밀어 넣었다.     


“엄마, 여기서 단물이 나와. 엄마, 근데 이거 어떻게 먹어야 해. 삼켜야 하는 거야? 단물만 먹는 거야.”     


삼키지 말고 단물이 나올 때까지 ‘짝짝’ 씹으라 하니 말 잘 듣는 강아지 마냥 아들은 의자에 다소곳이 앉아서 입을 벌렸다 오므렸다를 반복하기 시작했다. 단물이 빠질 때쯤 아들은 풍선껌으로 풍선을 만드는 법을 물어봤다.


내가 치과치료를 받는 중이라서 껌을 씹어서 직접 보여주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어서 말로만 설명을 할 수밖에 없었다.   

   

“쫑아, 껌을 씹다가 혀로 껌을 얇게 만들어서 그 사이에 바람을 불어넣어봐.”     


쫑은 나의 말을 듣자마자 시도했다. 아, 나는 쫑의 풍선 부는 모습에 웃음이 뻥하고 터져 나왔다. 나의 설명이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았는지 쫑은 씹은 껌을 최대한 얇고 길게 펴서 혀 위에 올린 뒤 바람을 ‘후후’ 불기 시작했다. 몇 번 더 바람만 불어대니 껌이 움직이는 혀와 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바닥에 뚝 떨어졌다. 

     

풍선이 만들어지지 않는 게 웃기는지, 아니면 바닥에 떨어진 게 웃기는지, 쫑은 계속 웃기 시작했다. 아이의 웃음이 나에게 전염되었는지 덩달아 나도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풍선껌 불기 특훈이 필요할 듯 싶었다.     

 

평소보다 일찍 퇴근한 남편에게 쫑의 풍선불기 훈련을 위임했다. 저녁식사를 다 끝낸 후 두 남자가 껌 하나를 입안에 넣고 질겅질겅 씹기 시작한다. 남편은 쫑 얼굴에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고 혀를 살짝 내밀고 풍선을 불기 시작한다. 여러 번 보여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쫑은 자신의 혀를 요리저리 밀어낼 뿐 작은 풍선조차 만들지 못했다. 

    

잘 시간이 될 때까지 연습을 했지만 실패해서인지 쫑 얼굴에 실망감이 가득했다.


“엄마, 나 풍선껌 만들 수 있을까?”


“응, 할 수 있어. 시간이 지나면 쫑이 어느 순간 쉽게 만들 수 있을지 몰라.”    

 

시간이 지나면 할 수 있다는 말이 신통치 않은지 쫑은 휙하니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터넷을 검색을 해본다. ‘풍선껌 잘 부는 법’을. 있다. 나처럼 풍선껌을 불기 간절히 바라는 아이들을 둔 부모가 있다고 하니 피식 웃음이 나온다. 늘 그렇듯 비슷한 고뇌를 하는 육아동지가 있기 마련이다. 다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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