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좋은아침 Oct 21. 2021

콩닥콩닥 육아

우린 깐부잖아?

  

   여섯  쫑에게는 3살부터 친하게 지내온 친구, 쩡이 있다. 같은 아파트, 같은 어린이집, 같은 유치원, 6 외동. 공통점을 뽑자면  손가락으로 모자란다.  친구 엄마와는 외동 남자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공통점으로  가까워졌다. 그래서 지금은 언니, 동생 하는 사이로 지낸다.    

  

3살 때 처음으로 같이 놀기 시작했을 때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각자의 집에서 자신만의 소유물을 가지고 있었던 쫑과 쩡은 ‘내 거야.’를 늘 외쳐댔고, 급기야는 서로 주먹이 말을 앞서는 경우도 있었다. 잘 놀다가도 눈물, 콧물을 흘리며 헤어지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이러한 일이 생길 때마다 언니와 나의 가슴도 조마조마했다. 아이들이 서로 싸우고 나면 한동안은 밖에서만 놀기도 했다. 날이 추워지면 어쩔 수 없이 서로의 집을 왕래했지만 만나기 전부터 서로 싸우더라도 마음 졸이지 말자고 다짐을 했다.    

  

놀고, 울고, 싸우고의 시간이 헛되지 않았나 보다. 아이들이 함께 놀기 시작한 지 3년이 되어간다. 해가 바뀌면서 아이들은 서로 타협하는 법을 터득해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안 싸우는 것은 아니다. 서로 몸을 밀치거나 하지는 않지만 서운한 마음이 들면 눈물을 글썽거린다. 어제도 쩡과 쫑이 함께 모여서 놀았는데, 간식을 자신에게 먼저 주지 않았다고 쫑은 눈물을 글썽거렸다.    

  

“엄마가 동시에 준다고 했으니, 동시에 줘야지. 왜 쩡먼저 주고 내가 왜 그 다음이야?”


“내가 손님이니까 이모가 먼저 준거지. 원래 손님이 오면 손님한테 먼저 주고 양보하는 거야.”     

 

먼저 안 줬다고 서운해하는 아들과 쩡의 대답이 어찌나 귀여운지. 오랜만에 집에서 같이 놀아서 쩡과 쫑은 매트로 집을 만들다가, 보드게임을 하다가, 나무 블록을 하다가 이것저것 하느라 정신없어 보였다. 그래도 뭐가 좋은지 까르르 웃는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나에게도 저런 시절이 있었을 텐데. 지금은 아이들 모습을 봐야 웃는 일이 많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쫑과 쩡이 만나서 싸우고, 화해하는 시간을 거치지 않았다면 지금 이 순간이 있었을까? 언니와 내가 아이들이 싸우는 순간이 두려워서 만남을 피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다시 놀고, 만나는 시간을 가진일이 참 감사할 수가 없다.     


내 아이만 소중해서 아이의 마음이 생채기가 나고, 다시 아무는 과정을 주지 않았더라면 지금보다 덜 성장했을지도 모른다.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은 그 모습을 지켜보는 엄마, 아빠의 마음의 성장도 필요하다. 육아를 인내의 과정이라고 들 하는데 막상 해보니 정말 뼈저리게 느낀다. 앞으로 얼마나 더 참고 견뎌야 할지 모른다.  그래도 나 역시 경험이 쌓이다 보니 처음보다는 기다림이 덜 두렵다. 아이들도 마찬가지 일거라는 생각이 든다.      


3시간을 놀고도 아쉬워서 놀이터에서 해가 사라질 때까지 놀던 쩡과 쫑. 그렇게 놀아도 아쉬움이 남은 아이들의 얼굴이 예쁘다. 엄마들 몸은 피곤했지만 오랜만에 찐하게 노니 내 마음도 찐해진다.   

  

“쩡, 다음 주에도 우리 집에서 놀자. 오늘 얼마 못 놀았으니 다음에는 더 늦게까지 놀자.”     


아이들이 오랫동안 놀았다의 기준이 과연 몇 시간 일지 궁금한 하루다. '아들아, 이제 날이 춥다. 적당히 놀자.'

작가의 이전글 평범해도 내 삶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