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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아침 Oct 26. 2021

평범해도 내 삶이다.

이 닦기와 좋은 대학 가기?

지난달부터 치과에 다니고 있다. 게장 먹다가 이가 깨지고 10 전에 금으로 씌웠던 이가 썩어서다. 고통을  참는 나지만 이상하게 치과에 가려면 전날부터 괜스레 배가 아프고, 예약 당일이 되면 어깨가 풀을 먹인 동정처럼 빳빳하게 긴장이 된다. 아무리 ‘괜찮아 주문처럼 외어도 치과에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은은하게 공기 중에 퍼진 소독약을 코로 들이마시면, ‘ 괜찮아 되어버린다.      


불필요한 삶의 태세 전환이 치과에서 십분 발휘된다. 다행히 깨진 치아는 무사히 치료를 끝마쳤다. 10년 전 치료받았던 이빨은 많이 썩어서 신경치료를 하고, 하필 사랑니와 가까워서 사랑니까지 발치를 해야 한다. 최대한 내 이를 살리고자 하는데 일주일에 한 번씩 마취를 하고 받는 신경치료가 달갑지 않다.     


오전 11 예약. 치과에 사람이 많다. 아무리 이를  닦아도 이가 약한 나로서는 치과에 찾아오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짠하다 못해 찡하다. 남편은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데도 건강한 치아를 갖고 있다. 내가 치아관리에 들이는 노력의  분의 일도 하지 않는 남편을 보면 부럽다 못해 강한 질투가 난다. 이런 감정을 품어도 무슨 소용이 있으랴.  관리를 잘할 수밖에. 아흔이 넘으신 시외할머님은 틀니를 끼시는데 본인의 이로 고기를  질겅질겅 씹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하신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썩는  이가 그래도 아직  이라서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마취를 하고 대기를 하고 있는데 내 옆칸에는 중년의 남성 한 분이 앉아계셨다. 들리는 바로는 무려 이가 세 개가 섞어서 발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세 개가 뿌리까지 다 썩어서 발치를 해야 할 것 같아요. 평소에 양치가 잘 안된 것 같아요.”     


“한다고 하는데.....”     


“자. 생각해보세요. 좋은 대학 가고 싶다고 해서 다 좋은 대학 갈 수 있나요? 아니에요. 꾸준히 공부하고 준비해야 갈 수 있잖아요. 치아도 마찬가지예요. 꾸준하게 닦고 관리를 해야 아프지 않은 거예요.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듯 이도 잘 닦는 습관이 중요해요. 아이들은 양치하는 습관을 쉽게 바꿀 수 있는데. 특히 성인은 그 습관을 바꾸기 어려워요. 양치질 잘하셔야 해요.”     


듣고 있는데 의사 선생님의 양치질을 공부와 비유한 이야기가 머리에 콕 박혔다. 의사 선생님이 말을 하는 동안에 환자분은 이 닦는 거에 공감하신 건지, 공부하는 거에 공감하신 건지 격하게 ‘맞아요.’라고 추임새를 계속 넣으셨다.   

  

어딜 가나 습관이 중요하다. 나쁜 습관은 만들기 쉽고, 좋은 습관을 만들기 어렵다. 이러고 보면 ‘나쁘다쉽다’ ‘좋다 ‘어렵다  같이 붙어 다닌다.  반대면 얼마나 좋을까. 아무리 고난이 있는  인생이라지만 쉽다와 어렵다를 바꾸기만 해도 인생을 살아가는데   가벼울  같다.     


엿들은 대화에서 이를 잘 닦아야 한다는 생각과 함께 ‘공부’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꾸준하게 뭔가를 한다.’ 말이야 쉽지만 이것도 하나의 습관으로 자리를 잡지 않으면 해내기 어려운 과제다.      


그래서 요즘은 나의 일상에서 좋은 뭔가를 해야 한다를 하기보다는 나쁜 습관을 없애는 일에 열을 올리고 있다. 나쁜 것들을 가지치기를 하다 보면 좋은 것들이 더 좋아질 것 같다는 생각에서 말이다.   

   

좋지 않은 습관을 없애는 일을 하다 보니 하루를 보내는 나를 생각보다 세심하게 관찰하게 된다. 말하는 습관, 아이를 대하는 자세, 물건을 정리하는 기타 등등의 생활 습관들. 좀 고칠게 많다. 그래도 한숨 푹 쉬고 어려워 하기보다는 조금씩 고치자로 마음먹었더니 생각보다 나아지는 나 자신이 보인다. 역시 ‘느리지만 꾸준하게’가 중요하다.      


아, 다음 주에도 마지막 신경치료를 위해서 치과에 가야 한다. 글을 쓰니 일주일 전인데도 긴장된다. 이 긴장은 아무리 마음을 다스려도 안될 듯싶다. 커피 마셨으니 이나 닦으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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