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좋은아침 Oct 28. 2021

콩닥콩닥 육아

엄마는 레벨업 중.

게임을 열심히, 자~알 하다 보면 레벨업이 된다. 육아도 마찬가지만 노력과 결과가 항상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엄마의 육아 숙련 스킬이 올라가면, 엄마에 대항(?)하는 아이의 능력도 상승한다. 가끔 그 상승의 폭이 엄마의 능력을 웃돌기도 한다.    

  

 이렇듯 예측 불허의 아이와의 시간은 아이의 말 때문에 말문이 막히기도 하고, 웃음이 터지기도 한다. 아이가 크면서 자주 쓰는 말이 시기별로 다르다. 우리 집 6살 쫑은 나와 남편에게서 배운 건지 아니면 어디서 보고 들은 건지 한동안 특정한 말에 꽂히면 그 말을 질리도록 한다.   

  

요즘 쫑이 꽂힌 말은 바로 엄마사람은 다 마음이 있어나도 사람인데엄마 마음대로 하면 내가 속상하잖아.’이다. 다소 길게 느껴지지만 요즘 쫑이 본인이 하기 싫은 말이나 일, 본인이 행동하는 것에 내가 제재를 가하면 꼭 저렇게 답변을 한다. 늘 동물이 아니라 사람으로 대하는데 꼭 본인이 사람, 인간이란 사실을 강조한다.      


“쫑아, 양치할 시간이야.” “쫑아, 밥 먹어.” “우리 이제 그만 놀고 잘까?” “간식은 그만 먹고 밥 먹자.” 등등 나의 이런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사람의 마음’을 강조한다. 한두 번은 웃어넘길 테지만 이건 매일같이 하는 일들에 대해 똑같은 답변을 하니 대략 난감하다.      


며칠 전에는 보드게임을 하는데 쫑은 이기고 싶어서 규칙을 지키지 않았다.     


“쫑아, 게임에는 규칙이 있어. 규칙은 지켜야 해.”


“엄마, 알아. 하지만 엄마. 사람은 이기고 싶은 마음이 있어. 내가 이기지 못하면 나는 속상한 마음이 있어.”


     

“그래, 엄마도 마음이 있어. 나는 규칙을 지키지 않은 사람과 게임을 하면 속상해. 내 속상한 마음은 누가 알아주지?”     


쫑이 피식 웃는다. 본인의 말을 내가 따라 한다는 것을 눈치채고 본인이 들어도 웃긴가 보다. 그래도 본인의 마음을 더 알아주었으면 좋겠다고 쫑은 답변한다. 내가 하는 말에 일일이 반박하는 쫑 때문에 며칠간 머리가 아팠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했더니 5살 조카를 키우는 동생이 한 마디 한다.    

 

“언니, 쫑이 잘 크고 있네. 오은영 선생님이 그러는데 아이가 그렇게 따박따박 답변하는 거 좋은 거래.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거닌 깐 아이가 그렇게 하면 속으로 '잘한다. 잘한다' 해야 한대. 근데 엄마 속은 좀 터지기는 하지.”             

  

아이를 키우다 보면 아무리 내 아이지만 아이를 낯설게 봐야 하는 순간이 있다. 지나치게 나의 눈으로 바라보면 내 아이가 가진 문제점, 나의 문제점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눈에 불을 켜고 문제점을 찾으라는 말은 아니다. 아이와 함께 하는 게 힘이 들 때는 잠시 눈과 마음으로 거리를 두고 멀리서 바라보는 순간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다. 

    

그리고 그 순간에 육아 동지들에게 도움을 청한다. 정확한 답을 들을 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 그래도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나만 이런 문제를 겪고 있지 않다는 사실에 위안을 얻고, 조금은 더 긍정적인 마음을 다잡는다.    

 

아이가 성장하는 단계가 있듯이 엄마도 성장하는 단계가 있는 것이다. 아이가 혼자 성장할 수 없듯이 엄마도 마찬가지다. 엄마로서의 나의 성장이 끝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오늘도 함께 한 고비를 넘어간다. 

작가의 이전글 평범해도 내 삶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