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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아침 Nov 09. 2021

평범해도 내 삶이다.

시간이 흐른다.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써 내려갑니다. 재미있는 책을 읽을 시간이 모자라서 글 쓰는 것을 하루, 이틀 미루다 보니 11월에 첫 글을 쓰네요. 특별하고 거창한 취미가 있는 거는 아니지만 육아와 일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책을 읽거나, 강연을 듣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냅니다. 가끔 친구들과의 긴 수다로 일상을 공유하는 목마름을 달래기도 합니다.      


10대 때는 빨리 자유가 가득한 20대가 되기를 소망했습니다. 20대는 책임져야 할 일들보다 10대 때 하지 못한 것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 가득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20대가 되어보니 한동안은 자유를 누렸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부모님이 아니라 제가 제 자신을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이 버거운 짐으로 느껴지곤 했습니다.      


그토록 나이 먹기를 바랐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한 해가 바뀔수록 나이만은 먹지 않기를 바라게 되었습니다. 나이를 먹어버리면 제가 뭔가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고, 하지 못할 일들에 대한 목록만 길어질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아마도 29살은 결혼을 해서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감도 가득했지만, 다가올 30이라는 숫자가 주는 무게감도 상당했습니다.     


앞으로 3년 후면 마흔이 되겠네요. 지금은 나이 먹는 게 예전만큼 두렵지 않습니다. 제 삶이 엄청나게 변화해서 생각이 크게 바뀐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이상하게 제 앞에 펼쳐질 시간의 무게가 크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아마도 뭔가를 해도 느리게 가는 제가 좀 더 제 자신을 알게 되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매일 같이 눈에 띄는 성장을 하지 않지만, 그래도 조금씩 나의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걸어가도 다른 사람보다 더 앞서 나가기 위해 곁눈질을 덜 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나와 함께 가도 좋고, 누가 나보다 앞서 나가면 그러려니가 됩니다. 마음에 여유가 생기니 시간이 지나는 것도, 나이가 드는 것도 괜찮은가 봅니다. 그래도 얼굴에 찾아드는 주름살은 좀 더 더디게 찾아왔으면 하는 욕심은 생기네요. 


 가끔 제 마음을 불안하게 하는 말과 사람을 만나기도 합니다. 흘리고 싶은 것들에 귀를 기울이는 것을 보니 아직도 마음공부는 한참 멀었나 봅니다.      


여름이었는데 어느덧 가을이 되고, 겨울이 찾아오고, 다시 봄이 됩니다. 제 삶도 ‘어느덧’하더니 ‘다시’가 되네요. 며칠간 몰아치는 독서를 끝내고 오니 마음이 한 결 편안해져 마음속에 있는 작은 생각을 흘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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