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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아침 Nov 10. 2021

GOOD BYE:나의 사랑니

“안녕하세요? oo치과입니다. 11월 9일 3시 예약 잊지 않으셨죠?”   

  

며칠 전부터 치과에서 문자가 오고있다. 지난주 신경치료를 끝내고 사랑니를 발치하기로 했는데 예약 확인 문자가 잊을  하면 핸드폰으로 ‘띠링들어왔다. 병원 다니는 것을 무서워하지 않은데 유독 치과만은 아무리 친해지려고 해도 친해지지 않는다.     

 

오죽이야. 치과 가기 전날에는 긴장을 해서 새벽 3시쯤 눈이  떠진다.  치과 가기 전날은 미라클모닝이 아니라 초미라클모닝을 강제로 한다. 너무 일찍 일어나면 피곤할 테고, 피곤하면 잇몸 붓기가 빨리 가라앉지 않을 생각을 하면  긴장이 되어 잠은 나의 머릿속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화요일에 30년 넘게 나와 살아온 사랑니와 인사를 나눌 시간이다. 늘 치과에 가면 양치를 할 때 사랑니를 꼼꼼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말을 줄곧 들어온 터라 나의 입안에서 떠나갈 사랑니에게 괜스레 미운 정, 고운 정이 반반 뒤섞여있다.     


10 정도 이른 퇴근을 하고 치과에 갔다. 비가 오고 추운 날씨는 치과로 가는 나의 발걸음을 더디게 만들었다. 이건 혹성탈출, 지구 탈출도 아니고 그냥 치과 탈출을 감행하고 싶었다.

    

드디어 치과에 도착. 긴장해서 인지 어깨가 묵직하다. 카페인을 대량 섭취한 것도 아닌데 손이 바르르 떨린다. 떨리는 양손을 깍지로 껴서 진정을 시키려 했으나 한 손 멈추겠다고 두 손이 떨리는 꼴이 되어버렸다.

    

나의 이름이 호명되고 날 위한 특별석(?)으로 갔다. 마취를 해야 하기에 진료실 의자에 앉았다. 거즈를 입에 넣고 피부에 마취액을 바르셨다. 마취액을 바르는 순간부터 등에서 조금씩 땀이 맺힌다. 선생님이 오신다. 마취를 하기 위해 ‘아, 마취가 정말 너무 아프다. 주사액이 잇몸으로 들어가는 그 순간이 왜 이리 긴지.’   

  

잇몸을 찌르는 바늘을 들고 있던 선생님의 손이 살짝 기우는 느낌이 들었다.  순간 잇몸에 고통과 몸을 들썩 거렸다. 40살을 향해 달리는 나인데 의사 선생님은 토닥토닥 두드리며 ‘괜찮아요.’ 아이 대하듯 말하셨다.     


마취가 다 되자 선생님은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셨다. 유치가 빠진 이후로 강제로 내 이를 뺀 적이 없기에 그 과정이 사뭇 궁금했지만 눈은 가려져 있고, 소리로만 그 과정을 추측할 수 있었다.  

     

문득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어렸을  덜렁거리는 이가 있으면 엄마가 아니라 아빠가 빼주셨다. 아빠가 그때 이를 빼기 위해서 사용한 도구는 뺀치였다. 덜렁거리는 이를 잡고 빼면 쉽게 빠졌기에  친구들도 다들 그렇게 이를   알았다. 학교에 입학하고 이가 빠진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면 친구들은 이를 뺀치로 뺀다는 사실에 경악을 했었다.  기준에는 실로 빼는   아플  같은데 말이다. 이를 뺀치로 뺀다는 말을  때마다 호러영화를   같은 반응을 보인 친구들 때문에  이후는 그냥 실로 뺀다고 했었다.


과거의 회상도 잠시. 선생님이 나의 머리통을 잡고 입안에 이 빼는 도구(뺀치?)로 사랑니를 잡고 좌우로 흔드셨다. 마취의 효과인지 아프지는 않았지만 두렵기는 매한가지였다. 드디어. 드디어 빠져나왔다. 나의 사랑니가. 갑자기 선생님의 ‘우와’ 소리가 연달아 터져 나왔다.      


‘와, 와. 사랑니 뿌리가 정말 기네요. 정말 오랜만에 봐요. 이 정도 길이면 키가 2m나 되는 사람의 이라고 할 수 있죠.’     


나의 사랑니는 2m 키를 받쳐줄  있는 능력이 있었는데, 160cm 간신히 넘을 정도로 크지 않은 주인을 보고 얼마나 서운했을까? 생전 처음 보는 사랑니.  모습이  산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툼한 몸통과  뿌리는  캐낸 산삼을 연상시켰다.

  

사랑니가 빠진 자리를 소독을 하고 꼬매고 집으로 돌아왔다. 2시간 넘게 입안에 거즈를 물고 있어야 했는데 그게 너무 힘들었다. 너무 힘들어서 밥도 건너뛰고 억지로 잤다. 지금은 고통이 덜하다. 그래도 계속 비릿한 피맛은 어쩔 수 없다.  

    

GOOD BYE! 2m의 꿈이 있었을 나의 사랑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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