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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아침 Dec 02. 2021

'엄마는 내 마음을 몰라."

“엄마는 내 마음을 몰라.”     


우리 집 6살 쫑은 이 말을 달고 산다. 본인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나를 탓한다. 아이여서 그러려니 하고 받아 주다가도 가끔 내 안에서 끓어오는 욱을 참기란 쉽지가 않다. 

    

쫑이 ‘내 마음 몰라’를 내뿜는 경우는 다음과 같다. 쫑이 실컷 놀고 난 후 어질러져 있는 거실을 치우라고 하면 혼자 치우는 게 얼마나 힘든지를 내세운다. 힘들어할 자신의 마음을 모른다고 말한다. 등원할 때 셔틀버스 시간을 맞추기 위해 급한 마음에 내가 조금이라도 재촉하면  빨리 걸으면 다리가 아픈 자신을 배려해 주지 않는다고 ‘내 마음 몰라’를 내세운다.     


요즘은 놀다가도, 웃다가도, 장난치다가도, 먹다가도 ‘엄마는 내 마음 몰라’를 외쳐댄다. 쫑의 반응은 나의 컨디션에 따라 제각각이다. 육아를 한결같은 자세로 해야 한다는데 늘 나의 현실에서는 그걸 실행하기가 쉽지가 않다. 엄마도 그냥 사람이다.      


어제는 쫑이 하원 후 씻지 않고 놀고 있었다.      


“쫑아, 씻고 놀자.”

“흥, 엄마는 왕이야? 왜 나한테 시켜?”

“어, 나 왕이야.”

“뭐, 엄마가 하늘에 있는 왕이라고?”

“하늘은 아니고 이 집에서 왕이야.”

“왕은 하늘에 있는 사람이야.”

“그럼 우리 집과 하늘의 왕 할게.”     


쫑의 말 한마디에 지지 않기 위해서 되는대로 답을 했더니 쫑과 나는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가끔은 정말 왕이 되고 싶다. 나는 여자니 여왕이라고 해야 하나? 나의 명령 하나에 잽싸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싶다. 이런 나의 마음을 쫑은 알려나 모르겠다. 

     

‘여봐라, 나의 명령을 하나도 빠짐없이 지금 당장 수행하거라.’          


아, 문제는 나의 명령을 수행해줄 신하가 없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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