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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아침 Dec 17. 2021

on? off?

짧은 거리를 운전해도  휴대폰 내비게이션을 켠다. 자주 가는 곳도 예외가 아니다. 운전을 시작한  내비게이션켜는 것은 내가 매일 커피를 마시는  행위와  비슷한 거다.

 

이 달 들어서 5년째 사용한 휴대폰이 금방 방전이 된다. 특히 내비게이션을 사용해서 목적지에 도착하면 배터리가 얼마 남아 있지 않다. 어쩔 수 없이 요즘은 휴대폰 내비게이션을 사용하지 않고 차로 30분 거리는 그냥 다니고 있다.

   

앞으로 아이 방학 전까지는 등하원을 내차로 하기로  터라 매일 같이  시간 넘게 운전을 하고 있다. 내비게이션을 사용하지 않으니 잊힌 건지, 기기에 묻혀있던건지 모르는 나의 감각이 살아나는 느낌을 받고 있다. 조그만 휴대폰이 아니라 도로 위의 표지판에 의존해서 운전을 하다 보니 전보다  멀리 본다.

 

수없이 지나쳤던 길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낯선 건물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분명 같은 속도로 지나쳤던 곳인데 기계에 의존하지 않으니 나의 눈이 받아들이는 정보가 훨씬 많아졌다. 그리고 평소보다  멀리   있게 되었다.  앞차의 꽁무니만 쳐다보았던  같은데, 앞서서 등장할 과속방지턱, 신호등, 카메라 등을 찾느라 시야를  멀리 두게 되었다. 그랬더니 운전하는  생각보다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두리번거리며 운전하면서 다른 곳에 눈을 오래 두지는 않는다. 짧은 시간에  눈이 스캔하는 능력이 향상된 것이다.    


익숙했던 습관을 하나만 바꾸었을 뿐인데 새롭게 맛보는 나의 감각이 신기할 따름이다. 생각보다 나의 감각이  발달되어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휴대폰의 줄어드는 생명력 때문에 강제로 휴대폰에 의존할  없게 되어 느끼게  보물 같은 감정이라 칭할 수 있다.

  

우리는 편하다는 이유로 우리의 살아있는 감각을 죽이고 있는  아닐까라는 심오한(?) 생각도 해본다.조금  의존했던 것에 벗어나니 마음이   편하다 못해 즐겁기까지 하다. 같은 행위를   억눌렸던 감각들이 자유를 찾아서 그런가 보다.    

  

대신 내비게이션을 켰을  보다 운전하고 나면 피곤하다. 아마도  멀리 폭넓게 스캔하는 나의 눈이 능력을 힘껏 발휘하느라 그럴 것이다.

     

내비게이션 하나로 느끼는  감정을 글로 써보니 그런 생각이 든다. 텔레비전을 끄고 켜는 것처럼 우리의 감각이 의존하고 있던 무언가로부터 강제로 떨어지는 순간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감각과 생각이 끊어진 공간에서 느껴지는 새로움이 나쁘지 않다. 오히려 그런 순간을 더 만들고 싶다는 생각마저 든다.      


일어나자마 휴대폰을 켜서 오늘의 기온을 확인하는  아니라 창문을 열어서 나의 손으로 느껴지는 온도를 직접 느껴보게  나쁘지 않다.  동안 내가 의존했던 것들로부터 몸과 마음을 의도적으로 리 두기해야겠다. 그로 인한 결과는 정확하게 예측은 못하겠지만 좋을  같다는 기대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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