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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아침 Mar 09. 2022

겨울잠이 끝났을까요?

겨울잠을 잤다. 작년 말에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3월이 되어서야, 봄기운이 올라와서야 다시 글을 쓴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싶어도 어떤 이야기를 올려야 할지 망설여졌다. 쓰기 귀찮음도 아니었다. 쓰기가 귀찮았다면 일기장에 일기도 쓰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나는 일 년이 넘도록 새벽에 일어나고 있다. 남들이 말하는 미라클 모닝을 처음 시작할 때 4시 반에 일어났다. 4시 30분-4시 45분-5시-4시 45분-4시. 이제는 4시에 일어난다. 굳이 4시일 필요는 없지만 일어나다 보니 4시에 일어나게 되었다. 기상시간이 당겨졌으니 취침시간도 빨라졌다. 남편이 야근을 하지 않고 집에 오는 날이면 우리 집의 모든 불은 9시 이전에 꺼진다.     


어제는 남편이 오랜만에 야근을 했다. 8시만 넘어도 졸리기에 남편한테 문자를 보냈다.


‘자기야, 우리 먼저 잘 것 같아. 카레 만들어서 가스레인지 옆에 놨어. 밥은 냉장고에 있어.’


답문을 확인해야 했지만 졸려서 침대에서 아들과 몇 마디 나누고 잠들어 버렸다. 잠결에 남편이 부엌에서 '달그락' 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나가서 인사라도 해야지 했는데 다시 잠들어버렸다. '부스럭부스럭' 남편이 침대에 누울 준비를 할 때 잠깐 정신이 들어서 ‘밥 먹었어?’라고 묻고 답을 듣지 못한 채 잠에 빠졌다.

    

4시에 맞춰놓은 손목시계 진동을 끄고, 끙거리며 침대에서 고양이 자세로 스트레칭을 시작한다. 아들과 남편이 깨지 않도록 최대한 조용하게. 암막커튼으로 깜깜한 방에서 혼자 고양이 자세를 취하고 있으며 내가 고양이가 된 착각이 든다. 두 사람이 깨지 않도록 조용히 방에서 나온다. 미지근한 물 한잔을 마시면 좋으련만 꼭 미리 내려놓은 커피에 우유를 넣어서 전자레인지에 돌린다.

      

1분 30초. 윙 돌아가는 소리가 멈추기 1분 전 취소 버튼을 누른다. 1분 30초가 될 때까지 기다리면 조용한 새벽을 깨는 완료음이 요란하게 들린다. 조용하고 누구에게 방해받지 않을 새벽을 나 혼자 차지하려면 나 역시 소음을 만들면 안 된다. 하루에도 몇 잔을 마시는 커피지만 새벽에 마시는 커피가 제일 맛있다. 빈속에 마시는 커피 습관을 하는 아는 엄마는 이런 나를 볼 때마다 속 버린다고 잔소리하신다.  

    

엄마, 건강 검진하면  위는 깨끗하대. 위가 문제 있으면 그때는  마실게.’ 건강건진을 들먹거리면 엄마는 한시름 놓으신다. 빈속에 마시는 나의 커피 습관은 건강검진에서 빨간불이 들어올 때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커피를 마시며 휴대폰으로 이것저것 검색하다가 책을 읽는다.  몇 주전부터 주역 관련 책을 읽고 있다. 공자의 위편삼절 이야기를 듣고 읽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다. 이해를 하면서 책을 읽어야 하기에 읽는 속도가 더디다. 하루에 몇 장씩 나누어 읽기를 선택했다. 읽어야 할 부분을 읽고 나니 그냥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그냥 쓴다. 브런치에서의 겨울잠이 끝났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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