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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아침 Mar 18. 2022

뇌가 달달해지는 하루 입니다.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조선사 수업이 있는 날이다. 스스로 나 자신을 혹사하는 사람으로서 어제부터 수업에 가기위해 복습과 예습을 시작했다. 나의 역사 교과서는 역사만화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이다. 줄글로 된 역사서도 읽어봤지만 조선사를 가장 재미있게 공부하도록 도움을 주는 책은 바로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이다. 한번 본 역사서는 두 번 보지 않는 나이지만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은 세 번째 보고 있다. 


지난 수업에서 고려말과 조선 개국, 태조에 관련된 이야기를 들었다. 수업에 가기 전 미리 예습을 하니 선생님이 얘기해주시는 내용이 정말 이해가 쏙쏙 되었다. 선생님이 이야기하시는 내내 한마디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미어캣 마냥 몸을 꼿꼿하게 세우고, 두 눈은 선생님을 따라가며 들었다. 문득 선생님과의 눈맞춤을 포기 않는 내가 선생님을 부담스럽게 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선생님의 강의를 잘 따라간다는 반응으로 고개를 아래위로 까닥거리고, 기막힌 이야기가 나오면 박수를 치기도 하면서 적절한 추임새를 넣기도 한다. 나의 일련의 동작이 선생님에게 힘을 불어넣기를......      


오늘은 드디어 태종과 세종에 관한 수업이다. 영화 <천문:하늘에 묻는다>의 요약본을 보고 갔다. 세종과 장영실에 관한 영화가 있다는 것은 알았지 처음 본 것이어서 나에게는 꽤나 흥미로웠다. 특히 장영실이 제작한 세종이 탄 안여(임금이 타는 가마)가 부서지는 장면과 명나라의 반대로 간의를 끌어내는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지금이야 우리 실정에 맞는 달력을 쓰고 있지만 과거에는 중국의 달력을 받아 썼다. 땅덩이가 큰 중국의 끝과 끝도 시간이 다른데도 말이다. 당시의 달력은 단순히 날짜만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천문계산표였다. 왕조의 권위를 위해서 달력이 정확해야 했지만 우리나라 실정에 맞지 않아서 어긋난 정보를 제공한 관리들은 벌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조선이 조선만의 역법을 갖추는 과정은 가슴이 뭉클하다. 장영실은 국비 장학생 개념으로 명나라에 가서 천문관측시설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격루 등을 만들었다. 오늘날로 따지면 차관급인 종3품 대호군까지 오른 장영실은 중국에서 온 귀화인 아버지와 기생인 어머니의 신분을 따라서 동래의 관노로 태어났다. 신분의 이동이 힘든 시대 속에서 능력만 있다면 인재를 쓰는 세종 덕분에 노비 신분에서 종3품에 이른 것이다.  

    

1442년(세종 24)에 장영실은 임금이 탈 가마를 만드는 일에 참여했는데, 가마는 세종이 타기도 전에 부서져 버렸다. 영화 속의 장면과는 다르다. 장영실은 왕의 안위와 관련된 불경죄를 저질렀으므로 곤장 80대를 맞고, 파면되고, 그 이후의 기록은 알려진 바가 없다. 쓰고 보니 장영실의 삶 자체가 영화다. 

     

영화에서 장영실과 함께 등장한 세종에 대해서 공부를 해보니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기캐(사기라고 생각될 정도로 뛰어난 재능을 지닌 캐릭터)다. 다방면에서 두각을 드러낸다. 특히 음악적 재능이 1도 없는 나로서는 <아악보>를 편찬한 박연이 새로 만든 편경을 시연할 때 듣고 절대음감으로 이칙 1매 소리가 약간 높다는 사실을 찾아낸다. 신악을 후세에 전하기 위해 새로운 악보법인 <정간보>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신이 골고루 재능을 나누어주는 일이 귀찮아져서 세종에게 몰아준 것은 아닐까? 수업시간에 세종대왕의 업적을 듣는 내내 곳곳에서 ‘천재’라는 단어가 들려왔다. 모든 일에는 빛이 있다면 그림자가 존재한다. 세종의 업적에 가린 수많은 그림자도 존재한다. (이 부분은 선생님이 다음시간에 설명하신다고 합니다.)

     

2시간의 수업이 휘리릭 지나갔다. 역사가 이렇게 재미있다니. 오늘은 내가 역사에 관심을 갖게 도와준 선생님과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이 참 고마운 날이다. 오늘 나의 뇌는 달달해졌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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