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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아침 Mar 21. 2022

나의 일상

자전거 타고 장 보러 갑니다.

"엄마, 방울토마토 사다 줘."

"알았어. 유치원 갔다 오면 먹을 수 있게 엄마가 마트가서 사 올게."

"꼭이야, 꼭."

  

아침에 유치원 셔틀버스를 타러 가는 길에 아들이 방울토마토를 사다 달라고 여러 번 부탁한다. 아들은 본인이 하고자 하거나,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그것이 이루어질 때까지 생각날 때마다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가끔은 '왜 이 상황에 이런 말을 하는 거지?' 할 정도로 분위기 파악을 못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말하는 경우도 있다.     


어제오늘은 방울토마토이다. 방울토마토 키우기 관련 책을 본 이후로 자신은 방울토마토를 가장 좋아한다며 빨리 먹고 싶다고 한다. '가장 좋아한다'라는 말이 의심스럽다. 우리 집은 야채는 좋아해도 과일을 즐겨 먹지 않는다. 과일 채소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세 식구가 거부감 없이 먹는 과일은 사과이다. 너무 달지 않은 시큼한 맛이 있는 사과가 우리 집에서 조금은 특별 대접을 받는다.  

    

과일을 즐겨 먹지 않아도 가끔 아들이 이야기하면 사과 이외의 과일을 사다 놓는다. 얼마 전에는 딸기 한 팩을 사 왔는데 1/3은 먹고, 1/3은 얼리고, 1/3은 버려야만 했다. 여전히 냉동실에 언딸기 있다. 어떤 목적으로 다시 냉동실 밖으로 나올지는 모르겠다. 이처럼 우리 집은 금방 무르는 과일을 사다 놓으면 어김없이 상한 상태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큰언니 집은 과일이 없어서 못 먹는다고 하는데, 우리 집에서는 빈한 대접을 받는다. 

     

바로 집 앞에 큰 마트가 있지만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하나로마트의 과일이 더 신선해서 거기로 가기로 결정했다. 차를 타고 가려고 키를 집어 들었지만 주차장 바닥 공사를 해서 원하는 자리에 주차를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차를 포기하고 자전거를 선택했다. 한 손으로 장 본 거를 들을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빈 백팩을 등에 메고 갔다. 장갑도 끼고, 모자도 썼지만 휙휙 나를 스쳐가는 바람이 생각보다 차다. 점심시간인지 마트에는 제법 사람들이 있다. 애호박, 방울토마토, 김밥용 햄, 오이, 참나물을 샀다. 백팩의 부피를 고려해서 충동으로 집어 든 과자를 몇 차례 내려놓았다. 쩝, 아쉽다. 내가 좋아하는 마늘 바케트 과자가 두 봉지에 990원이다. 내일 마트에 갈 생각이 없었는데 가야 할 이유가 생겨버렸다.     


계산을 마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 며칠 춥고, 비 와서 자전거를 타지 않다가 타니 허벅지가 당긴다. 역시 운동은 꾸준하게 하지 않고 다시 하려면 힘들어도 너무 힘들다. 자전거를 타니 왕복 15분이 걸렸다. 백팩에 담아온 것을 하나하나 꺼냈다. 15분의 자전거 타기가 너무 격렬했던 걸까? 집에 오자마자 참나물과 오이를 맛나게 무치려고 했는데 의욕이 싹 달아나버렸다.  

   

사라진 나의 의욕이 다시 일어나도록 브런치에 글 쓰고 다시 냉장고를 열어야겠다. 글을 쓰고나도 요리할 생각이 들지 않으면 참나물은 그냥 샐러드로 먹고, 오이는 생으로 먹어야겠다. 가만 생각해보니 식재료 본연의 맛이 더 낫지 않을까? 남편에게 문자를 보낸다.   

  

”여보, 요즘 저녁에 고기랑 튀김 많이 먹어서 속이 부담스럽다고 했지. 오늘 저녁에는 신선한 야채로 저녁 먹자. “    

  

남편이 문자를 읽었는데도 답변이 없다. 침묵은 동의한다는 뜻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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