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 들어와서 남의 글을 읽을 뿐 글 한편 올리지 않고 지냈다. 글 쓸 시간이 분명 있었지만 몸과 마음이 봄을 타는지 진득하게 노트북 앞에 앉아 있으려는 나를 방해한다. 오늘은 안 되겠다 싶어서 글을 쓴다.
요즘 매일같이 걷거나 자전거를 탄다. 월, 수에는 윗집 동생과 파워워킹을 하고, 나머지 요일에는 자전거를 탄다. 몸이 힘들다는 핑계로 매일 타지는 못한다. 그래도 몇 주간 꾸준하게 운동을 해서인지 봄기운에 게을러지기는해도 피곤하지는 않다.
목요일. 자전거를 탈까 말까 고민을 하고 있는데, 아는 언니가 도서관에 같이 자전거를 타러 가자고 제안했다. 언니는 신청한 수업을 듣고, 나는 책을 읽든, 공부를 할 목적으로 말이다. 아무리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도 생명력을 뿜어내는 기미와 주근깨 때문에 순간 고민했다. 운동을 하기에 딱 좋은 날이지만, 햇살은 내 얼굴에 충분한 점들을 만들어 주기에 딱 적당해 보여서다.
늘 그렇듯 할까 말까라는 두 가지 선택지에서 ‘할까’를 선택했다. 9시에 아파트 후문에서 만나기로 하고, 아이를 유치원 셔틀버스에 태워 보낸 후 집으로 돌아왔다. 9시에 나가면 거의 1시가 되어서나 집에 돌아오기 때문에 분명 아이와 아침을 먹었는데도 간식을 찾기 위해서 냉장고를 열었다. 또 먹으면 안 되는데 하면서 커피에 손을 뻗었다. 투명한 플라스틱 통에 담긴 커피 원액을 회색 머그잔에 따랐다. 커피만 먹으면 심심할 까 봐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흰 우유를 커피 위로 부었다.
멍하니 커피와 우유가 섞여서 만들어 내는 색을 보니, ‘참 맛있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아메리카노도 맛있지만 눈으로 보기에 내 미각을 자극하는 것은 우유를 넣은 라테이다. 커피 향이 잘 나지 않은 라테지만 혀에 주는 즐거움은 크다. 커피 한 잔으로 끝내면 될 텐데 자꾸 ‘단 것’이 당긴다. 지난달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언니가 준 초콜릿을 냉동실에서 찾아보았지만 보이지 않는다. 분명 녹차맛 초콜릿을 좋아하는 남편이 가져갔을 거다.
쌉싸름한 커피만을 홀짝이다가 시계를 보니 가야 할 시간이다. 커피를 마시며 최근에 도서관에서 빌려 온 최은영의 <밝은 밤>을 읽었다. 새벽에 일어나자마 커피를 많이 마셔서 감질맛 나게 커피를 마셨는데, 도입부가 재미있는 소설을 끊고 나가려니 마음이 불편하다 못해 내 몸을 소파에 도장을 찍듯 꾹 눌러 찍어 버리고 싶은 생각도 든다.
약속은 약속이니 도서관에 가서 공부할 문제집 2권, 얼마 전에 산 형광색 펜 다섯 자루와 지우개, 샤프 연필이 빵빵하게 들어있는 필통을 챙겼다. 학창 시절에 늘 동생이 그랬다. 공부를 못하는 사람이 필통 가득 뭔가를 넣고 다니다고. 지금 생각해보니 용돈을 모아서 산 나의 연필, 사인펜, 볼펜이 부러워서 그런 말을 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검은색 백팩에 이것저것 넣고 마지막으로 가방 양옆에 불룩 나와있는 망사로 된 주머니에 휴대폰과 물병을 넣었다. 작년에 산 가방인데, 정말 마음에 든다. 장 보러 갈 때, 나들이 갈 때, 자전거 탈 때, 아주 쓰임이 좋다. 나에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헷갈리는 버릇이 하나 있다. 내 돈으로 사서 쓰는 물건이 좋으면 생각날 때마다 옆사람에게 이야기한다. 적당한 가격에 산 나의 알뜰함을 자랑하기 위함은 아니다. 정말 물건 자체가 좋아서이다. 이런 나를 보고 나와 일 년 365일 붙어사는 남편은 ‘알았으니 그만하라’고 하지만, 내 말은 들은 지인은 물건을 사라는 이야기로 들어 가끔 구매하기도 한다.
자전거 장갑, 자전거 헬맷을 쓰고, 자전거를 끈다. 날씨가 자전거 타기에 딱 좋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