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리더가 되고 싶었던 어느 날

by 곱게자란아빠

스무 명 남짓의 작은 팀의 리더가 되면서부터 팀원들의 경조사는 꼭 챙기려고 한다
특히, 조사의 경우는 가능하면 직접 조문을 가는 편이다.
기쁜 일은 이미 그 자체로 충분한 축복이지만,
슬픈 순간 함께하는 마음으로 따뜻한 위로를 전하는 것이 진정한 동료애라고 믿어왔다.

팀원 여럿이 함께 가는 조문이 대부분이긴 하나,
한 번씩 혼자서 가야 할 때가 있다.
휴일이거나 장례식장이 멀리 다른 지역인 경우 보통 조의금만 전달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솔직히 나도 갈등을 한다.
'이해하겠지?'

'아니야, 그래도 직접 가서 얼굴을 보고 위로를 해야지'

'하지만, 차로 세 시간 거리면 휴일 다 갈 텐데...'
자연스럽게 휴식을 즐기고 싶은 나와,

책임감 있는 리더로서의 내가 긴 싸움을 벌이지만,

결국 리더가 이긴다.

먼 길을 달려 도착한 나를 본 상주의 얼굴은 보통 놀라움과 고마움의 중간 어디쯤이 대부분이다.
평소엔 보기 힘든 슬픔 가득한 동료의 얼굴을 마주하며, 아침 내내 망설였던 나 자신을 자책하면서도,
동시에 '난 참 좋은 동료이자 리더'라고 속으로 으쓱하게 된다.

참 멋진 리더야..라는 생각을 할 즈음 동료가 가족에게 나를 소개한다.
'이 분은 나한테 일 시키는 사람인데, 내가 자주 말했지?'
'아...'
순간 공기가 묘하게 흐른다.
"아..."라며 길게 이어지는 인사 뒤에 묘한 표정이 스친다.
묘한 표정에 숨은 뜻은
'아, 당신이 우리 남편을 자주 늦게까지 붙잡아두는 x군요...' 겠지?

그 순간, 동료의 말이 메아리처럼 내 머릿속에 울린다.
'내가 자주 말했지?'
'내가 자주 말했지?'
과연, 집에 가서 무슨 말을 그렇게 자주 했던 걸까?

내가 내 상사 이야기를 집에 가서 하는 경우는
딱 한 경우뿐인데..

젠장
괜히 왔나..
돌아가는 길이 너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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