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A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퇴근했어?”
업무적으로 할 얘기가 있어서였다.
답장은 금방 왔다.
“네~ 약속 있어서 좀 전에 나왔어요.”
그리고 잠깐 뜸 들인 뒤 또 한 줄.
“내일 가족이랑 통영 가요. 생태 탐방원 예약해 놨어요. 통영마리아 리조트 갑니다~”
“아, 휴가구나. 잘 쉬고 와.”
그렇게 대화를 마쳤다.
며칠 뒤, C와 점심을 먹게 됐다. 오랜만이었다.
“일본 다녀왔어요. 골프 치러.”
“응? 지난달에도 가지 않았어?”
“맞아요. 이번엔 A랑 같이요.”
내 표정이 살짝 굳었던 것 같다.
C가 말을 덧붙였다.
“비밀이에요. A 선배가 회사 사람들한텐 통영 간다고 했거든요.
선배한테만 그런 얘기한 거 아니에요. 소문나는 거 싫어해서요.”
그날 저녁, 갑자기 통영이 다시 떠올랐다.
A는 왜 그렇게 말했을까.
굳이 생태 탐방원이니 리조트니 하면서 구체적으로.
“휴가예요”라고만 해도 더 이상 캐묻지 않았을 텐데.
A와 나는 한때 꽤 친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무슨 얘기든 나눌 수 있는 사이였다.
요즘은 업무 말고는 거의 말이 없다.
그게 자연스러워졌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일은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거짓말.
들키면 민망한 거짓말.
그걸 왜 했을까.
관계가 멀어졌다고 해서 실망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은 없다.
나는 거짓말을 싫어한다.
누군가 나에게, 굳이 안 해도 될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생각보다 오래 남는다.
그 말이 나에게만 해당된 게 아니라는 걸 알아도, 마음이 약간씩 약간씩 상처를 입는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안다.
A는 그런 사람이다.
나쁜 사람이란 뜻이 아니다.
다만, 복잡한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아 그럴듯한 말을 고르게 된 사람.
그 말이 조금 틀려도 크게 무례가 아니라고 여기는 사람.
어쩌면 세상은 , 그런 사람이 살아가기 더 쉬운 곳일지 모른다.
나는 그걸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나도 내 방식대로 정리해 둔다.
A와의 관계에 조심스럽게 선을 하나 그었다.
그 선 너머로는 기대하지 않기로.
실망하지 않기 위한, 나만의 방어선.
이번 일을 통해 배운 건 그거 하나였다.
나는 어디까지를 마음에 담고, 어디쯤에서 멈춰야 나를 지킬 수 있는지를 알아두는 것.
누군가를 끝까지 이해해 보겠다는 마음보다,
그냥 놓아주는 연습이 필요할 때도 있다는 걸
조용히 받아들이게 된 어느 여름의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