삑- 그 짧은 소리 뒤의 긴 이야기

by 곱게자란아빠

우리 회사는 하루 세끼 식사를 제공한다.
아침, 점심, 저녁.

바쁜 사람들을 위해 테이크아웃도 가능하다.
샐러드나 컵밥, 가끔은 치킨랩 같은 걸 받아 자리에서 조용히 끼니를 때우는 사람도 많다.

원래의 취지는, 바쁜 업무 속에서도 식사를 거르지 말라는 것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퇴근길에 챙겨 집에서 먹는 사람도 있다.
나 역시 처음엔 조심스러웠지만, 회사가 제공한 복지니까.
굳이 미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디에나 선을 넘는 사람이 있다.


회사 시스템은 사원증을 태깅 해야만 작동한다.
‘삑’ 소리가 나면 한 끼가 차감된다.
그게 규칙이다.

그 남자는 그 소리를 녹음해 왔다고 했다.
실제로 사원증을 찍지는 않고, 녹음된 삑 소리를 틀며 음식을 받아갔다.
1 식당, 2 식당, 3 식당.
세 군데를 돌며 세 개의 식사를 챙겼다.

식당 아주머니가 눈치챘고,
상사가 지켜봤고,
인사팀이 확인했다.

그는 결국 퇴사 처리됐다.
사유는 ‘테이크아웃 부정취식’.


“그거 진짜 가능했대?”
“그렇게까지 해서 얻는 게 뭐라고…”
“근데 3천이면, 은근히 큰 돈이네.”

이야기는 사내 메신저를 타고 순식간에 퍼졌다.


회사라는 공간은 참 묘하다.
누군가는 한 끼를 들고나가며 괜찮을까 고민하고,
누군가는 그걸 수백 번 반복하며 이득을 챙긴다.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작은 선택을 한다.
어디까지가 괜찮고, 어디부터가 아닌지.

그 사람은 그 경계를 오래 넘었고,
작은 이득을 반복했지만, 결국 잃은 게 더 컸을지도 모른다.




오늘도 회사식당에서 컵밥을 하나 받아왔다.
사원증을 갖다 대니 기계가 짧게 울렸다.
파란색 불빛이 켜졌다.

그 이야기 탓인가?

괜히 몸이 움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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