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미
나에게 있어 관계란 무엇일까?
좋은 관계란 어떤 것일까?
며칠을 고민했다. 사실 해답은 명쾌했다.
나에게 있어 좋은 관계란,
그런데도 쓰지 못한 덴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사실 나는 주변에 관계랄 게 별로 없다.
주변 인물도를 그리면 꽤 단순하다.
그래서 이번 주제가 주어졌을 때 어떤 내용으로 채워야 할지 고민이 됐다.
나는 가족 이외의 관계에 큰 의의를 두지 않는 편이기 때문이다.
나에게도 보통의 사람처럼 친구가 있다.
사교 모임도 있고, 나름의 사회생활도 있다.
그러나 그런 곳에 크게 마음을 두지 않는 편이다.
그날에 만남과 연락에 악의가 없고, 잘 보냈으면 그저 그뿐이다.
그런 나에게도 좋아하는 관계란 건 있다.
오랜만의 연락에도 어색함이 없는 관계,
많은 에너지를 쏟지 않아도 이어지는 관계 같은 것들 말이다.
애써 유지하는 관계는 지금의 내가 좋아하는 방향이 아니다.
그저 스위치의 off 버튼을 누르듯, 좋지 못한 관계는 조용히 정리한다.
서서히 멀어진다.
이런 불편함에 들어가는 에너지는 최소화하려 노력한다.
관계 정리
요즘의 나는 관계를 맺는 것보다는 굳이 맺지 않는 것,
불편하거나 힘들면 적절하게 정리하는 것에 초점을 두지만,
지난 시절의 나는 달랐다.
언제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힘썼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마음 쓰고, 애쓰고, 참 많은 에너지를 썼다.
사회에서의 관계 유지에 정말 큰 노력을 했고,
친구 관계를 위해서도 꾸준한 관심을 두었다.
사실 그런 노력에 남는 건 대부분 상처뿐이었다.
‘애써 노력하는 관계가 올바른 관계인가?’에 대해서도 참 많이 고민했다.
현재는 관계를 위해 애쓰지 않는다.
평온한 내 마음 상태가 나에겐 꽤 중요한 요소인데,
새로운 관계도, 불편한 관계도 내 평온한 마음 상태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딱히 소속된 직장이 없어서 그런 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봤다.
그런데, 아마도, 이제는, 어딘가에 속하게 되어도 관계에 쓰는 에너지는 최소로 아낄 것이다.
이미 이전과 같은 노력으로는 얻는 것이 없다는 걸 알고 있다.
가끔은 애쓰지 않는 상황에서도 편안함을 느낀다.
그런 관계는 신기하게도 자연스레 이어진다.
이젠 불필요한 에너지를 쏟는 관계는 만들지 않는다.
둘러보니 생각보다 주변엔 고마운 이들이 참 많다.
나와의 관계를 소중하게 여겨주는 그런 이들이.
오랜만의 연락에도 어색함이 없는 사람.
내가 생각나 안부를 물어오는 고마운 사람.
그리고 그런 그들을 나는 기억한다.
그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아낌없이 전한다.
온정이란 것이 사라져가고 있는 요즘.
나도 시대의 흐름처럼 개인주의 성향으로 돌아섰지만,
이런 세상에서도 따뜻한 진심은 언제나 통한다.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
진심이 맑고 예쁜 사람.
돌아보니 그런 소중한 사람들만 주위에 남았다.
어려운 인간관계는 다 내려놓고,
불편하고 힘든 관계를 모두 정리했다.
그저 나와 내 소중한 주변만 가꾸었다.
그러니 나에게 자연스레 좋은 이들이 왔다.
내가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이런 귀한 사람들이 내게 오는 걸 그땐 미처 몰랐다.
그땐 그걸 몰라 그렇게나 애썼다.
관계라는 것은 어쩌면 내가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에서 비롯된 일. 아닐까?
관계 정리에 그토록 힘쓰던 내게, 선물처럼 좋은 사람들만 이토록 남았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