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바람에 호되게 당한 나
내가 제주도에 이사를 오고 가장 적응 못 한 것이 하나 있다면 그건 낯선 섬사람들의 태도도, 일찍 문을 닫는 가게들도 아니었다. 바로 제주의 삼다 중 하나인 바람, 바람, 바람이었다.
제주는 삼다도의 섬인데, 그 삼다의 많은 세 가지는 바로 돌, 여자 그리고 바람이다. 나는 제주도에 입도하기 전까진 그 말을 사실 체감하지 못했다. 단순히 몇 번 온 여행에서는 그런 것들을 그리 많이 느끼지는 못했으니 말이다. 제주의 바람이 얼마나 매섭고도 무서운지 벌벌 떨 지경이었다. 생전 춥다는 소리를 안 하는 열이 많은 우리 아이도 처음 이사를 와서 “엄마 제주도는 너무 추워요.”라고 말했으니 정말 말 다했다.
우리나라의 최남단이라 그저 따뜻할 줄로만 알았다. 그건 확실한 나의 착각이었다. 제주는 예로부터 삼다(三多)와 삼무(三無)가 있다고 한다. 삼다의 많은 세 가지는 바로 돌, 바람, 여자이고, 삼무의 없는 세 가지는 바로 거지, 도둑, 대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처음 제주에 온 계절이 심지어 찬 바람이 쌩쌩 부는 겨울이니, 그 거센 바람에 적응을 못 한 나는 제주도를 몰라도 너무 몰랐던 것이다. 내가 얼마나 제주도의 바람에 호되게 당했냐면 한 달 내내 감기를 앓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목소리까지 변성이 왔다. 심지어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날도 자주였다. 정말로 제주도는 바람, 바람, 바람의 섬이었다. 남쪽의 따뜻한 울산에 살던 나는 더 남쪽인 제주도에 호되게 당했다. 신고식 한번 거하게 치렀다고나 할까.
심지어 우리 셋 중 제일 적응을 못 한 건 바로 나. 어이쿠야 나 제주도 일년살이 정말 괜찮은 걸까. 희망을 품고 왔는데, 매일 목소리가 안 나와 좌절하던 나날들이었다. 이렇게 바람이 심한 곳에선 나 정말 살아본 적이 없었구나. 여기가 정말 섬이라는 것 온몸으로 체감했다. 춥다는 서울에 살았을 때도 이런 적이 없었고, 눈이 많이 내리는 천안에 살았을 때도 이런 적은 없었다.
외출만 했다 하면 사방에서 으스스한 바람이 내 뺨을 때리고, 내 머리카락을 사방으로 휘날리게 했다. 아무리 따스하더라도 바람막이 옷은 필수겠다는 생각도 했다. 추웠다. 바람이 이렇게 체감온도를 바꿔놓는지 몰랐다.
언젠가 영하 40도에 육박하는 시베리아보다 바람 부는 부산이 더 춥다는 외국인의 이야기를 듣고 우스갯소리라며 코웃음을 친 적이 있었다. 아 근데, 역시 그냥 나온 말이 아니라는 걸 나는 그 겨울, 제주에 온 우리는 실감할 수 있었고 크게 공감했다.
빨리 따뜻한 봄이 오고, 풍덩풍덩 바다로 뛰어들 시원한 여름이 오기를 간절히 바랐다. 3월인데도 바람이 부니 춥다. 도대체 봄은 언제 오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