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초보의 이지한(easy) 요가
아직 봄이라기엔 이른 날이었다. 왜냐하면 바람이 있어서인지 더 더디게 느껴지던 나날들이었으니까.
그래도 제주에 이사를 오면 하고 싶었던 것들이 몇 가지 있다. 아이와 함께하는 제주에는 할 수 있는 것들이 제한적이지만 그럼에도 꼭 하고 싶었던 것 중 하나는 바로 야외에서 하는 요가다.
나는 운동을 잘하지 못한다. 보통의 사람들보다 나는 체력이 약하다. 내 생각에 나는 근력이 별로 없는 편인 것 같다. 그런데 주변에서는 나에게 생각보다 운동 신경이 좋고 유연하다고들 한다. 나는 타인의 운동 능력 정도를 잘 모를 정도로 운동에 대해 무지하다. 그런 난데도 좋아하는 운동이 있다. 바로 수영과 요가다. 제주에서의 야외 요가는 꿈꿔왔던 것들 중 하나였다.
그래서 서투른 마음이지만 아직 이를지 모르는 이 날씨에 야외 요가를 도전해 본다. 제주 구좌읍에는 비자림이라는 커다란 수목원이 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곳은 비자나무 2,800여 그루가 함께 모여 있다고 한다. 이곳의 어딘가에서 나는 요가를 했다. 숲에서 하는 요가라니. 생각만으로도 굉장히 근사했다. 그리고 그 과정도 환상적이었다.
내가 요가를 한 이곳은 개인의 사유지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사람의 발길이 없어서 더 자연 속의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예전에 제주도에 놀러 왔을 때 놀러 가본 사려니 숲 길 같기도 했고, 아무튼 아주 높은 나무들 사이에 둘러싸인 숲속에서 요가를 했다.
이날 나의 자유 시간을 위해 함께 이 근처로 와 준 오빠와 주원이다. 둘은 다른 숲으로 괴물을 물리치러 갔다. 늘 셋이던 삶에서 작지만 행복한 자유 시간을 얻었다. 참 감사한 그들. 그들 덕분에 나는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온전히 누렸다.
아침에 맑은 공기를 마시며 숲속에서 운동을 하는 기분은 추웠다. 아침 이슬이 가득해 더 추웠다. 아직 패딩을 입을 날씨였다. 우선 날씨가 아직 풀리지 않은 시점이라 요가를 온 사람들 모두가 추위에 다들 긴장하는 눈치였고, 키가 아주 큰 나무들 사이에 있어서 더 싸늘한 느낌이 들었다.
그럼에도 우린 요가를 위해 이곳에 왔고, 수업은 시작되었다. 명상으로 시작하는 수업은 움츠러진 내 어깨를 쭉 펴내게 했고 나는 그렇게 수업에 집중했다. 들려오는 선생님의 목소리에 집중하며 하나 둘 동작을 수행해나갔다.
그 덕분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 추위에 움츠러들었던 나의 몸은 어느 정도 긴장이 풀려갔다. 조금 더 자연의 냄새에 집중했고, 자연이 주는 것들에 집중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미세한 바람 소리, 날아다니는 새 소리도 들려왔다. 초보도 할 수 있는 요가다 보니 생각보다 이지한 동작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완하고 집중하며 유지하는 동작들에 집중하다 보니 어느새 내 몸을 감싸고 있던 서늘했던 추위는 완전히 사라졌다.
맑은 공기와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이 높은 나무들 사이로 동그랗게 보이는 하늘까지. 공간이 주는 힘은 대단했다. 그리고 상쾌했다. 자연이 주는 평온함 앞에 나는 큰 선물을 받았다.
요가가 끝나고 마시는 가벼운 한잔의 차와 함께한 사람들과의 가벼운 담소까지. 나는 그 날의 분위기에 적당히 취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 날, 나는 어마어마한 근육통을 얻었다. 팔, 다리뿐만 아니라 등과 배까지 당기고 아팠다. 큰일이다. 몸살이 났다. 동작 이지했대매. 그 이지한 동작에도 나는 당했다. 사실 나는 근력이 그닥 없는 운동 초보였다. 그렇게 요가를, 그 시간을 즐긴 것만으로 나는 충분했지만 내 몸은 많이 놀랜게 틀림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