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와 다른 섬 생활 환경의 차이
제주도는 섬 전체가 화산 활동으로 빚어진 하나의 작품이자 섬 자체가 바로 자연 유산인 곳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유네스코가 인증한 자연 과학 분야에서 무려 3관왕을 차지한 섬이기도 하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한 탐험가의 영상을 보게 되었는데, 제주도가 하와이의 빅아일랜드 섬과 유사한 모습을 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만큼 아름다움을 가진 섬인 것이다. 그런데 이곳 제주는 내가 이사 다니며 느꼈던 육지 어느 곳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처음 이사를 왔을 때 분명 기온은 육지보다 훨씬 높은데도, 아이의 입에서 “엄마 너무 추워요.”라는 말이 나올 만큼 추운 날씨에 적지 않게 당황한 나였다. 그랬다. 분명 일기예보에 나오는 기온은 따뜻했다. 그러나 실제 마주한 제주의 체감 온도는 달랐다. 제주도는 바람이 많이 부는 섬이기 때문에 바람, 그 바람이 체감 온도에 큰 영향을 주었다. 강풍주의보가 굉장히 잦았다. 그래서 인지 나도 너무 추웠다. 제주의 매서운 바람에 머리카락이 나부끼다 못해 앞을 가리기 일쑤였고, 꽁꽁 싸매 입어도 바람이 부니 그저 추웠다. 매서운 바람과 싸울 힘조차 없었다.
우리나라의 남쪽에 위치해 따뜻하다고 생각한 건 나의 큰 착각이었다. 그 덕에 나는 제주로 이사 오자마자 2, 3월 내내 큰 감기에 시달렸고, 목소리까지 잘 나오지 않았다. 아이에게 더 많은 책을 읽어주려고 힘겹게 책을 포장해서 가지고 왔는데, 목소리가 나오는 날보다 나오지 않는 날이 많아 책과는 점점 멀어지는 아이를 보면서 아주 속상하기도 했다. 코로나를 겪은 후 더 쉽게 목소리가 쉬어버리는 나였다. 그렇게 나는 아직 적응하기 힘든 섬 생활을 시작했다.
제주도에는 ‘클린 하우스’라는 독특한 쓰레기 배출 및 재활용 시스템이 있다. 이 시스템은 환경을 더 청결하게 보존하기 위한 제주도만의 공간인데, 마을마다 곳곳에 배치가 되어 있다. 우리는 집 근처에 이 클린하우스가 있다. 아파트에서 매일 아무 때나 쓰레기를 내다 버리던 우리로선 처음 이 시스템이 굉장히 낯설었다. 우리 동네의 클린하우스는 오후 3시부터 쓰레기를 버릴 수 있다. 오후 3시는 아이가 하원하는 시간이라 우리는 쓰레기를 아이 하원 시간에 맞춰 버리지 않으면, 저녁에나 버릴 수 있었다. 보통 클린하우스는 저녁 6시부터 쓰레기를 버릴 수 있다고 들었다. 우리 동네는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나는 이 클린하우스 시스템이 처음엔 굉장히 불편했다.
쓰레기가 꽉 차 비우고 싶을 때 아무 때나 버릴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불편 요인이었다. 이곳은 육지에서 살던 아파트보다 훨씬 작은 빌라였고, 쓰레기를 마냥 쌓아 놓을 만한 공간이 없었다. 육지에서는 재활용을 아이 하원 시간에 들고 나가곤 했다. 여기에선 아이가 집 앞으로 오는 것도 아니고, 내가 아이를 직접 데리러 길 건너까지 가야 하는 상황이라 하원 시 클린하우스 이용이 자연스레 이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클린하우스에는 매일 버릴 수 있는 재활용품이 달랐다. 그래서 요일을 잘 확인하고 내다 버려야 했는데, 처음에 이것이 익숙지 않아 불편했다.
이곳 클린하우스에는 항상 관리하는 어르신이 와 계시기 때문에 더 청결하게 관리 유지가 되는 듯했다. 노인 일자리를 곳곳에 잘 활용하는 것 같은 제주의 모습이 이런 곳에서 소소하게 느껴졌다. 우리는 클린하우스가 가까워서 다행이지만, 다른 동네에 사는 남동생의 경우는 쓰레기를 버리러 차를 가지고 나가곤 했다. 내 동생처럼 쓰레기를 버리러 차를 가지고 클린하우스 앞으로 오는 모습을 나도 종종 목격했다. 마을 주민들이 모두 이 시스템을 위해 애를 쓰는 모습에, ‘괜히 청정 제주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이사를 왔을 때, 제주에 먼저 정착한 동생이 차를 타며 말했다.
“누나 여긴 하이패스 기계가 필요가 없어. 왜냐, 고속도로가 없거든.”
당시 동생의 말에 크게 생각해 보진 않았지만, 막상 제주에서 살아보니 고속도로도 없고, 자동차 전용도로로 이동할 일도 생각보다 별로 없다 보니, 제주에서 다니는 도로의 길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보통 제주 시내로 들어가는 길들은 굉장히 신호가 많고 도로 폭이 좁다. 그래서 우리가 보통 키로 수 대비 생각하는 소요 시간에 큰 차이가 났다. 빨리 달릴 수 없는 길도 별로 없고, 신호도 많고, 도로도 좁아서인지 교통이 생각보다 불편했다. 그나마 평화로, 애조로와 같은 큰길들은 80킬로로 달릴 수 있는 도로였고, 신호도 꽤 멀찍이 설치되어 있지만 그 외의 길들은 달랐다.
보통의 도로에 신호등이 아주 짧은 거리마다 있고, 또 어린이 보호 구역도 많이 있었다. 그래서 이동에 부담을 느낄 때가 은근히 많았다. 동생이 사는 곳까지 보통 빨리 달릴 수 있는 길로 둘러 가면 40분, 거리는 짧지만 신호가 많은 시내 길로 가도 40분이었다. 우리가 이사 오기 전까지는 이 길은 한 20분이면 갈 수 있을 거로 생각했지만, 보통의 계산법과는 아주 달랐다. 그래서 여행 왔을 때 우리가 그렇게 오래 차를 타며 여정을 이동했구나 하며 느낄 수 있게 되었달까?
제주도는 생겨난 지형부터 역사나 생활 습관이 우리나라이면서도 우리나라와는 다른 점이 매우 많은 곳이다. 그래서 제주 한 달 살기를 고민하고 계신 분이라면 나는 날씨와 위치를 고려한 한 달 살기를 권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날씨는 봄보다는 오히려 가을, 10~11월이 가장 좋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