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는 허투루 오지도, 노력한다고 무조건 오는 것만도 아니더라
새해가 밝았다.
의욕이 샘솟는 때이다. 새해 목표를 적어보고 올해는 이 다짐들을 꼭 다 지켜보고자 다짐해본다.
누군가는 올해 목표가 취직이기도 할 테고 또 누군가는 지금 다니는 회사를 그만두고 이직을 꿈꾸기도 한다.
지금까지 네 번의 이직을 경험한 내가 내 지난 취직과 이직 순간들을 떠올려 보면 정말 말 그대로 ‘내 뜻대로만’ 진행됐던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
첫 직장은 원치 않은 선택이었다. 몇 번의 언론고시 낙방 끝에 어쩔 수 없이 선택했던 직장이었다.
홍보회사에 취직하는 바람에 그 이후의 내 커리어는 홍보, 마케팅 쪽으로 굳어지게 됐다. 이게 내가 처음 겪은 ‘아, 인생이 내 뜻 같지 않구나’ 싶던 순간이었다.
조금 다니다 원하는 바가 아님을 깨닫고 리프레쉬를 갖고자 하고 외국으로 떠나버렸다.
남들이 한참 일할 나이에 일을 그만둔다는 것은 모험이었다. 다시 한국에 돌아왔을 때, 영어를 어느 정도 구사할 수 있는 수준으로 한국에 들어오면 그래도 어렵지 않게 취직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꼬박 세 달이 걸렸다. 하루하루 초조하게 지나가는 날들의 그 조바심은 지금도 생생히 기억날 정도로 마음고생이 심했다.
그렇게 입사한 회사에서는 딱 내가 가진 조건 정도가 잘 맞았던 조직이었다.
마음고생 후 들어갔던 회사라 더 열심히 했고, 또 어릴 때여서 더 열정적으로 일했다. 단지 그뿐이었는데 시간이 좀 지나 국내에 새롭게 사업을 전개하는 어느 유명 브랜드에서 사람을 뽑기 시작했고, 누군가 나를 그 회사에 추천하는 바람에 스카우트가 들어왔다.
당시에는 너무 어렸고 어떻게 면접을 보는지도 여전히 잘 모를 때였는데 정말 그냥 눈 감고 떠 보니 연봉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있었던 기억이 있다.
역시나 그 회사에서는 그때까지 쌓은 내 조건 정도가 가장 잘 맞았던 조직이었다. 그저 열심히 묵묵히 ‘빡세게’ 일하면서, 그 회사가 필요한 부분의 지식이 있는 사람.
그렇게 또 이직한 곳에서 정말 강도 높게 몇 년을 일하다 보니 조금씩 내 시야도 트였고, 내 커리어를 돌아볼 여력이 좀 생겼다.
그때 나는 좀 더 전문적으로 가다듬고 싶어 하던 분야가 있었고 그 타이틀이 필요하던 시점이었다. 그러다 마침 어떤 회사에서 딱 내가 원하는 포지션을 뽑는다는 소식을 들었고, 그때는 내가 직접 지원을 해서 입사했다.
내가 원하는 곳에 직접 지원했으니 힘들더라도 만족하면서 다녔는데 그 회사로 이직한 지 1년쯤 흘렀을 때 업계 1위인 회사에서 사람을 뽑는다고 그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아직은 옮길 타이밍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다음 기회를 기약하고 넘겼다.
그렇게 두 달 정도 흘렀다. 그 회사 인사팀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정말 관심 없냐는 연락이었고, 죄송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두 번째 거절을 했다. 그렇게 일주일 뒤에 세 번째 연락이 왔고, 마치 빚 독촉 전화가 오듯이 네 번째 연락이 왔을 때는 그마저 거절하면 나중에라도 두 번 다시 나를 볼 것 같진 않아서 그냥 면접이나 보고 오자 싶어서 그때 면접을 봤다. 그리고 그 회사를 지금 다니고 있다.
이런 시간들을 되돌아보면, 그때 그 회사가 필요로 하는 조건이 나랑 잘 맞았고, 또 당시 내 상황에 맞는 회사를 내가 선택을 하게 어떤 에너지가 있었던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주변에 정말 출중하고 참 성실한 친구인데 참 그 때가 잘 안 맞는다는 느낌이 드는 케이스를 꽤 많이 본다.
- 정말 일 잘하고 인성도 훌륭한 인턴사원이 있었는데 회사에서는 정규직 포지션을 뽑고 있지 않아서 정규직 전환이 안 되고 있는 친구가 있었다.
- 이력서가 너무 훌륭하고 경력도 갖춘 후배는 몇 년 동안 이직을 꿈꾸다 최근에서야 겨우 이직하게 됐다
- 정말 그 친구 아니면 누가 그 자리 가나 싶은 동료가 이직에 실패하는 것을 많이 봤다.
- 반대로, 이 친구 경력이 그 회사에는 좀 못 미친다고 생각하는데 그 친구가 그 회사를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나를 스카우트했던 회사에 입사했을 때, 어느 한 헤드헌터가 내게 연락을 해서 나를 꼭 한 번 보고 싶다고 했다. 자기가 이 업계 웬만한 사람들 다 후보로 올렸는데 떨어지고 내가 됐다고 해서 어떤 스펙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좀 만나보자고 했었다. (참고로 나는 그렇게 대단한 스펙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런데 왜 나는 됐고, 다른 사람들은 안 됐을까.
그저 그때의 나의 운과 회사의 운 때가 잘 맞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타이밍이 닿을 기회는 적어도 기본을 갖추고 있는 사람에게 주어진다고 생각한다.
회사와 나 역시도 궁합이 잘 맞아야 해서 서로에게 좋은 타이밍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이루지 못해 조바심이 난다면 조금은 릴렉스 하며 그 좋은 때를 기다려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운칠기삼이라고 한다. 그 ‘운’이라는 걸 어느 날 로또 맞듯이 떨어지는 운이 아니라 바로 그 ‘타이밍’이라고 바꿔 생각해보자.
모두가 각자 다른 삶을 사는 것처럼 그 때 역시도 모두 다르게 다가온다.
새해다. 꿈꾸는 것을 이룰 수 있는 그 좋은 때가 바로 올해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