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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힘내자 Feb 06. 2023

생일 아침의 성찰

제목은 거창하지만 소소한 성찰입니다 :)


2월 들어서 책을 한 권도 완독하지 못했다.

예전 같았으면 마음이 조급해져 뭐라고 잡고 후루룩 읽어나갔을텐데 이번에는 그런 것이 아니다.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를 읽으며 은유 작가만의 매력적인 언어에 푹 빠졌다.

어쩜 이렇게 글을 잘 쓸까, 어떻게 이 내용을 이렇게 표현했을까 감탄하며 읽다보니 저절로 천천히 읽게 되었다.




은유작가님은 최승자시인을 제일 좋아한다고 했다. '고통의 발산과 응축으로 단련된 그의 단단한 시어를 보며 고통도 아름다움이 될 수 있음을 배웠다'고 하면서 시를 꼭 읽어보라고 했다.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무엇일까 곰곰히 생각해보다가 시의 아름다움이 뭘까, 나는 왜 시를 봐도 이해가 안되고 낯설까 계속 꼬리를 물고 의문이 이어졌다.


하지만 의문만 이어질 뿐 머리속에 중구난방한 먼지같은 생각들만 가득해  어쩔 수 없이 또 책을 폈다. 재작년에 읽었던 '책 먹는 법'을 읽고난 후 궁금해서 샀던 같은 작가의 '시 읽는 법'이라는 책이다.


'책 먹는 법' 김이경작가님도 시를 사랑하고 시를 권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은유작가님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비슷하구나 느껴졌는데 바로 '언어를 민감하게 다루라'는 점이었다.



산문에서도 언어가 중요하지만 시는 산문보다 훨씬 적은 언어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시인이 쓰는 언어는 밀도가 좀 더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읽는 사람도 시인이 고르고 골라 아껴 쓴 언어를 민감하게 의식해야 합니다.
김이경 '시 읽는 법 p.28


시를 읽을 때면 평소에 무심코 넘겼던 단어가 시라는 간결한 배치 속에서 하나하나 도드라져 존재를 드러냅니다. 보이지 않던 단어가 보이죠. 조사 하나, 어순 하나에도 민감해져요.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p.234





문학 작품을 사랑하는 내가 이때까지 읽었던 방식은 '스토리'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문학의 매력이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을 글로 접하고 간접 경험을 해보는 것.

주인공들의 심리를 따라가며 내가 아닌 또 다른 인간들을 이해해보는 것.

그랬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읽어 나갈 수 있는, 쉽게 말해 후루룩 읽을 수 있는 책을 좋아했다.

말이 조금만 어려워지면 하품이 나오고 잠이 쏟아져 지루하다고 느껴 책을 덮어버리고 '저는 아직 이런 거 읽기엔 독서근육이 부족해요'라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진정한 문학의 묘미에 빠지고 싶다면 '단숨에 읽히는' 작품보다 느리게 읽히는 작품을 골라 천천히 오래 읽어보라고 권한다. 문학이 언어로 하는 예술이란 걸 잊고 글의 내용에만 집중하고 어떤 언어를 썼는지 잊어버리지만 문학이 주는 감동의 상당 부분은 이를 전달하는 언어에서 나온다고.


시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여백이 많고 함축된 어휘도 많은 시에서 작가가 담아놓은 '마음=배려'를 천천히 찾아보는 것. 

시 뿐만이 아니라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알아야 할 중요한 성찰인듯 싶다.


그보다 앞서야할 것은 당연히 시를 많이 읽어봐야 할 것이다. 일단 많이 읽어보고 친해져야 좀 더 알 수 있을테니.





아! 생일 아침!!

 책읽기가, 글쓰기가 재미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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