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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힘내자 Feb 07. 2023

책 택배 받고 울컥하다니...

황현산의 "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




은유작가님의 책을 읽다 보면 읽고 싶은 책이 많아진다.

책 속에 인용된 책들을 도저히 읽어보지 않고서는 못 배기게 하는, 참으로 영업을 잘하시는 작가님이다.

이번에 꽂힌 책은 은유작가님의 전작들과 문학평론가 황현산 님의 책이다.




은유작가님은 황현산 님의 책에서 '사유를 밀고 나가는 힘이 어휘의 적절성에 있다는 걸 배웠다'라고 했다. 어휘가 화려하지 않은데 쓰임이 적절하고, 문장이 담백하며 흐름이 유려하다고, 한 줄 한 줄 읽다 보면 끝까지 읽게 된다고. 내가 은유작가님의 책을 보면서 저렇게 생각했는데 은유작가님은 황현산 님의 글을 보고 그렇게 느꼈단다.




황현산 님이 낯설지는 않다.

내 첫 독서모임 리더가 존경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그녀는 황현산 님의 글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뭐 하는 사람인지도 몰랐던 나는 그녀가 선정한 '황현산 - 밤이 선생이다'로 처음 그의 글을 접했으나, 독서력이 아주아주 미약해서 그 책을 읽다 졸다 읽다 딴생각하다가 종국에는 그냥 덮어버렸다. 그리고 당당하게 모임에 나가서 "이 책, 너무 재미없어요."라고 말했다.

아, 단아한 미소로 나를 쳐다보던 리더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의 책으로 모임을 한 날, 그녀가 말했던 황현산 님의 글에 담긴 여러 가지 애정 어린 말들을 잘 들었어야 했는데 안타깝게도 나는 그때 황현산 님의 글에 어떠한 '감응'도 없었다.


2018년 8월 8일. 리더는 모임 밴드에 황현산 님의 부고 소식을 알리며 그를 존경하는 마음을 담뿍 담은 애도의 글을 남겼다. 글 속에 담긴 그녀의 애통한 마음과 슬픔이 고스란히 느껴져 선뜻 뭐라 댓글을 달기 어려워 눈물 흘리는 이모티콘 하나 남겼던 기억이 난다.




그게 벌써 수년 전이다.




그런 내가 황현산 님의 책을 세 권이나 샀다. 은유작가님의 영업 때문이다.

물론 영업이라는 말은 반농담이고 읽어보고 싶어서 샀다.

그의 문체가 어렵지 않고 어휘 또한 쓰임이 적절하다고 하니 이제 나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여.


그의 책 중에 제일 두꺼운 '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는 그가 세상을 떠난 후 트윗에 남긴 글들을 모은 것이다. 구성도 트윗에 올린 것 그대로 되어있다.



택배를 받자마자 쭈그려 앉아 그의 책을 뒤적이며 읽었다. 트윗을 한 세월만큼 읽어야 할 글들도 많지만 짧은 글들이라 호흡이 가벼웠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던 사람도 오타를 내며 멋쩍어한 모습도 보여 웃음이 났다. 유머러스한 사람을 보면 긴장했던 마음이 풀리듯이 나도 황현산 님에게 가지고 있었던 편견과 어려움이 조금 누그러지는 듯하여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무작위로 그의 글들을 훑어보다가 일순간 숨이 멈춰지며 코 끝이 아파왔다.

어떤 슬픈 문장도, 단어도 없었는데 눈물이 났다.

지금 이 감정이 뭘까, 왜 나는 눈물짓고 있는가.


그는 고인인데 그의 글들은 살아있었다. 그가 글 안에 살아있었다.

소름이 돋았다. 이제껏 죽음은 '끝'이라고 생각했고 그렇기 때문에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라는 말이 진리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어떤 이는 죽은 후에도 부지런히 남아있는 사람과 접속을 한다.




글은 왜 나를 눈물 나게 하는 걸까.

당장 어떤 확실한 답을 적을 수는 없다. 아직도 머릿속을 빙빙 돌고 있으니까. 혼란스럽다.

하지만 나를 눈물짓게 한 이 책을 곁에 두고 틈날 때마다 열어보며 그와 접속을 해보기로 했다.

나보다 오래 살았고 나보다 더 똑똑하니까 툭 던지듯 뭔가를 알려주겠지.

그러리라 믿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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