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작은 위로
나는 책이 되고 싶은데 나를 만져주지도 않고 봐주지 않으면 외로울 것 같아. 나를 좀 봐달라고 애원하고 싶은데 책은 움직일 수 없잖아. 먼지만 수북하게 쌓이겠지만 가치를 잃지 않고 계속 기다려보겠어. 책을 좋아하는 정후라서 언젠가는 나를 한 번쯤 후루룩 펼쳐봐줄 것 같거든. 가끔 한 번씩 나를 좀 봐줄래? 표지만이라도 쓰다듬어주고 제목을 읽어봐주렴. 나는 언제나 늘 같은 곳에 있을테니까!
나는 피아노가 되보고 싶어. 피아노가 되면 아름다운 음악을 다른 사람이 피아노를 칠 때 내가 가장 가까이서 들을 수 있잖아? 아, 물론 피아노치는 사람이 피아노를 굉장히 못친다면 예외지. 그래도 나는 음악을 좋아하니까!
나는 이불이 되고 싶어. 고단한 하루를 마무리 하고 잠이 든 너를 포근히 감싸고 오늘 하루도 수고했다고 위로하고, 내일도 행복하자고 응원하고 싶어. 민망한 상상에 날 걷어차는 일도 있을테고 너무 슬퍼 울고 싶을 때 날 덮고 훌쩍 거릴때도 있겠지. 발 냄새 맡아가며, 눈물자국 말려가며 아무렴 어때? 너의 하루의 마지막을 감싸 안아 줄 수 있다면 난 그걸로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