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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힘내자 Feb 16. 2023

엄마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

내 엄마 노릇을 비난하지 말아 달라


둘째의 기침소리가 심상치 않다.

아이의 건강 이력으로 봤을 때 '기관지염' 증상이 의심됐다.

그러나 둘째는 4살의 약한 아이가 아닌 10살의 어린이이고, 본인도 견딜만하다고 하니 믿고 출근하기로 했다.


점심시간이 지났을 무렵 걸려온 친정아빠의 전화.


"아이! 몽실이가 많이 아픈 것 같다. 병원에 데리고 가봐라."


그때부터 조급해진 내 마음은 정상적인 판단을 흐려놓았다.


아이가 어떻게 안 좋은지 친정아빠에게 구체적으로 물은 뒤, 해열제를 두 숟갈 정도 먹이라고 했어야 했는데 그냥 알겠다고 하고 퇴근까지 방치했던 것.


집에 도착하니 아이는 거의 탈진 직전이었다. 서둘러 물을 한 잔 마시게 한 뒤 병원으로 향했다. 나는 그때까지도 해열제를 먹일 생각을 못했다.


결국 입원하기로 했다. 아이가 아픈 게 실로 오랜만이라 덜컥 겁이 났다. 아픈 아이를 의료진들에게 맡기는 게 안심이 될 것 같았다.




입원 첫날, 짐을 가지러 집에 오자 친정아빠가 기다렸다는 듯이 얘기했다.


"으이그, 쯧쯧쯧쯧. 도대체 애를 어떻게 보길래 저 지경까지 만들어 놓고 말이야."


아... 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가부장적인 아빠의 언어는 40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나를 아프게 했다. 찔릴만큼 찔렸는데도 적응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화나게 한다.


"내가 아이를 아프게 했어? 아까 아빠가 나한테 전화했을 때 병원에 데려가라고 하지만 말고 해열제를 먹였으면 됐잖아! 아빠는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었으면서 왜 나한테 뭐라고 하는 거야?"


나는 아빠에게 소리를 지르고 서둘러 짐을 쌌다. 아픈 건 아이인데 왜 나도 가슴이 답답하고 아픈 것일까.




아이는 4인 병실에서도 기침을 계속했다. 주사 맞기 싫어 덜덜 떨며 오열했고 나오는 기침이 괴로워 그 끝엔 큰 숨을 자주 들이켰다. 옆 자리 환자는 코를 골았고 건너편 환자는 아이의 기침 소리에 잠자기는 글렀다며 다 들리게 혼잣말을 했다. 속삭이는 말이 어색한 아이는 큰 목소리로 얘기했고 나는 "쉿! 조용히 말해야지."라고 아이를 단속시켰으며 수시로 아이를 체크하러 들어오는 간호사들의 임무에 아이와 나는 잠을 설쳤다.


아이가 아프면서 시작된 죄책감은 입원을 해도 쉬이 지워지지 않았다. 아이뿐만 아니라 틈틈이 타인을 의식하고 신경 쓰며 움츠러들어야 했다. 마음이 좋지 않았다.


하룻밤을 보내고 퇴원을 하겠다고 했다. 의사 선생님은 왜 퇴원을 하려고 하냐며 나를 나무라듯 말했다.


"아이 열나면 어떡하려고 그래요? 이거 정말 힘들다니까요?"

"집에서 해열제 먹일게요."

"아... 거 참. 나가세요. 그럼."




아이가 아픈 순간부터 나는 죄인이었다. 죄인은 고개를 들지 못한다. 아빠와 의사에게는 '내가 알아서 할게요'라며 했지만 결국 아이를 아프게 한 죄가 나에게 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그들에게 외치고 싶은 엄마의 변도 있다.


"누군 아이가 아프길 바라나요? 아이가 아파 입원을 해야 하는 상황에도 스스로 밥도 못해먹는 존재가 내 옆에 있고, 실질적인 도움을 바랄 수 있는 비빌언덕이 없는 사람에게 그런 말은 너무 가혹한 거 아닌가요? 엄마인 제 입장에서 생각해 보셨나요? 당신들은 나에게 그런 말 할 자격이 없습니다."





여자로 태어난다는 것은 세상에 빚을 진다는 것일까? 엄마라는 타이틀을 단 순간부터 갚아야 할 채무가 많은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왜 이렇게 몸과 마음을 다 쏟아도 불어나는 이자처럼 끝나지 않는 것일까.


엄마란 그런 존재임을, 흐릿하지만 무거운 마음으로 체득하고 있는 중이니 제발 비난하지 말아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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