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이해하지 말고 암기하세요

사람을 암기해야 할 때도 있는 것이다

by 힘내자



일하지 않는 주말,

평화로운 일상을 깨는 카톡 하나.


"재료 체크 좀 제대로 해. 주말에 어떻게 장사를 하라고 재료 준비를 이렇게 하는 거야."

(날 것의 카톡을 보면 구독자들이 충격을 받을까 싶어 순화해서 적는다)


가게에서 내가 하는 일은 기본적인 업무(서빙, 설거지) 외에도 주말에 쓸 재료를 준비해 놓는 것이다.

그래서 금요일이 제일 바쁘다. 혹시나 빼먹은 게 없는지 머릿속으로, 눈으로 끊임없이 체크해야 한다.


엊그제 금요일에도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며 주문할 것, 재료 준비, 조리도구 정비 등을 마치고 퇴근을 했는데 빼먹은 게 있었던 모양이다.


딱 하나의 재료를 놓친 나는 톡으로 잔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일을 시작한 후에 제일 힘든 것이 사장의 태도였다.

사장은 마음에 들지 않는 게 있으면 그 즉시 표현을 하는 사람이었다. 에둘러 표현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그 순간 이야기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그것도 꼭 화가 난 것 같은 목소리로 다그치듯 말이다.

이런 사람에게 주말에 쉬는 직원의 사정 따윈 상관할 바가 아닌 것이기에 나는 이번에도 뜬금없는 폭격을 맞았다.



처음에는 많이 울었다. 나에게 이렇게 하지 말아 달라고 얘기해도 며칠이 지나 또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다다다 비난조로 이야기를 했다. 나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에게 받은 상처로 일상이 통째로 흔들린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일을 열심히 해도 보람을 느끼기가 힘들고 스스로의 처지를 계속 비관했다. 자존감이 뚝뚝 떨어지는 것을 고스란히 느끼며 출근하는 것이 고역이었다.



그날도 사장이 너무 밉고 화가 나서 남편에게 하소연을 하는 중이었다.

나쁜 놈, 너무한다, 왜 나에게 함부로 하는 거냐, 나도 퍼붓고 싶다 그런 말들.

남편은 내 이야기를 묵묵히 듣고서는 뭔가를 결심한 듯 말했다.


"여보, 그런 사람들은 이해하려고 하면 안 돼. 이해가 안 되는 사람들을 계속 이해하려고 하니까 자기만 힘든 거야. 이해가 안 될 때는 암기해 버려. '아, 저 사람은 원래 저런 사람이구나. 그렇구나. 너는 그런 사람이구나'라고 외워버려."


아... 이 무슨 황당한 소리인가. 사람을 암기하라고?

수학 공식이나 영어 단어 암기하는 것은 들어봤어도 사람을 외워버리라는 말은 처음 들어봤기에 나는 남편의 이야기에 입을 벌리고 한참을 생각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남편의 이야기를 듣고 난 후 점점 마음이 편해지기 시작했다!

아! 이런 혜안이 또 있을까, 이보다 더 나은 처방전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내 가슴을 울리는 말이었다.

이것보다 나에게 와닿는 말은 없었다. 어떤 책을 읽어도 답을 찾지 못해 반복되는 마음의 상처였는데 이렇게 심플한 답이 있을줄이야.

남편의 말대로 '원래 그런 사람이지, 그러든가 말든가'라고 생각하자 헛웃음까지 나왔다.

이렇게 쉬운 것을 모르고 있었다니. 허허허.




김혜남의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에도 같은 말이 나온다.

남에게 휘둘리지 않고 나를 지키는 법
1. 외워버릴 것
시어머니와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내가 가장 먼저 선택한 방법이다. ....... 그래서 어느 순간 외우기 시작했다. 시어머니가 듣기 싫은 소리를 해도 '우리 시어머니는 원래 저래'하고 인정해 버렸던 것이다. 시어머니를 이해하려고 들면 나만 괴롭다. 결국엔 이해가 안 되니까 말이다.
외우다 보면 시어머니가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말할 텐데, 저런 상황에서는 이런 행동을 보일 텐데 하는 패턴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면 더 나아가 어떤 말을 할지 예측이 가능해진다.
p. 149~150


유명한 정신과 의사도 이 방법을 쓴다고 한다. 사람 다 똑같다. 정말 위로가 되는 순간이었다.


김혜남작가는 또 여러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 '~하는 척'이 필요한 때도 있다

- 그가 당신에게 상처를 주고자 해도 당신이 받지 않으면 그만이다

- 더 이상 그가 당신을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할 것



그래. 사람은 다 내 마음 같지 않아. 세상에 모든 일이 이치가 맞아떨어지는 게 아니야. 그리 안 해도 복잡한 세상에서 변하지 않고 풀리지 않을 문제에 골머리를 썩고 있는 것보다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원래 그래.' 하며 외워버리는 것. 내가 안 받으면 그만이라는 것!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거야!!


유레카!!!!





사장의 카톡에 순간 움찔하며 심장이 뛰었지만 나는 이내 정신을 가다듬고 차분하게, 그리고 무심하게 답장했다.


"응, 알았어."


아마도 사장은 나의 대답에 자기 임무를 다 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기분이 풀렸을 것이다.

나는 이제 사장의 패턴을 안다. 그러므로 더 이상 그에게 휘둘리지 않고 나를 지킬 수 있다.



혹시 나와 비슷한 상황을 겪고서 마음 아파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렇게 생각해 보길 바란다.


"그 사람을 이해하려고 하지 말자! 외워 불자!"




나를 지키자♡(사진출처 : 다음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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