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궤도를 벗어나고 합목적성을 거부하며 습관을 중단하는 일. 나의 소심한 딴짓은 일상에 잔재미를 안겨 준다. 글쓰기엔 귀한 자극제다. 다른 감각을 쓰게 하고 다른 세삿을 보게 하고 다른 얘기를 만들어 낸다. 인생은 미친 짓으로 위대해지고 글쓰기는 꾸준한 딴짓으로 가능해진다고 말해도 좋을까.
은유 "쓰기의 말들" p.153
오늘 아침 독서에서 읽은 문장에 눈길이 멈춘다.
일상의 궤도를 벗어나는 일,
소심한 딴짓,
인생은 미친 짓으로 위대해진다,
글쓰기는 꾸준한 딴짓으로 가능해진다.
내가 이때까지 한 미친 짓이 뭐가 있나?
미친 짓은 커녕 소소한 딴짓조차도 안하는 사람이네.
나의 일상을 짚어보자.
5시에 기상하여 책을 읽고 필사를 하고 블로그에 글을 쓴다.
식구들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출근 준비를 한다.
일한다.
퇴근한다.
저녁을 먹는다.
아이들 공부를 봐준다.
책 읽다 잔다.
너무나도 평범하고 잔잔한 일상에 어떤 특별함이라고는 없다. 하루 일과 사이에 간간히 끼어있는 다른 일들 조차 먹고 사는 일과 강하게 결부되어 있어 딴짓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게 없다.
저게 미쳤나 싶을 정도의 실험은 못한다. 불안이 몸 속 장기로 박혀있는 사람에게 변화는 메스껍다.
40여 년이 넘는 세월동안 효율성과 습관이라는 이름으로 변하기를 두려워했던 나를 단번에 바꾸기는 어렵다.
읽던 책 읽어야 하고, 먹던 거 먹어야 하고, 가던 곳으로 가야하고, 하던 것만 해야했던 사람이 얼마나 큰 모험을 할 수 있겠나?
그러나 인생은 미친 짓의 기억으로 위대해진다고 하니 한 번 해볼까 싶다.
난 대범하지 못하니까 소심하게 일상을 틀어보는 정도로.
예를 들면,
늘 마시던 카페라떼 말고 다른 음료를 시켜본다던가,
늘 시키던 후라이드치킨 말고 다른 양념이 된걸로 먹어본다던가,
늘 사던 브랜드의 식재료 말고 다른 식재료를 사보고,
남편이 이거 좀 먹어봐 하면 거부하지 않고 맛본다던가.
아니, 왜 죄다 먹는 얘기 뿐인가?
나에게 뿌리박힌 관성이란 음식이 전부인가?
그래, 뭐 그럴 수 있지. 끄덕끄덕.
오늘은 다른 길로 출근해볼까 싶다.
다른 곳으로 가면 시간이 더 걸린다는 걸 알기에 조금 일찍 나서야겠지만 새로운 곳에서 볼 수 있는 낯섦을 느껴보고 싶다. 그곳에서 새로운 글감을 발견할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지!
이 정도로만 시작해보겠다.
통장에 있는 돈 다 털어서 세계여행을 갈 수 있는 배짱과 담대함은 없으니까.
(사실 돈도 없다)
사진 출처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