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 - 이선경(그냥)
오늘은 함께 일하는 선생님의 휴가날이다.
그래서인지, 아직 종일 근무에 적응이 덜 되어서인지, 아침부터 마음이 바빠 괜스레 서두르게 된다.
오늘은 그림책 -후다닥닥닥 기사- 를 읽는다.
달팽이 ‘후다닥닥닥 기사’는 전쟁에 나가야 한다. 그런데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서둘러 아침을 먹고, 운동을 하고, 편지를 쓰고, 가족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후다닥 준비를 마친 뒤 마침내 길을 나선다.
하지만 가는 길에도 멈출 일이 많다. 공주를 구하고, 길을 잃은 소녀에게 길을 알려주고,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버섯에 새기는 일까지…
결국 전쟁터에 도착했을 땐, 이미 점심시간.
기사님은 전쟁은 내일로 미루기로 한다.
오늘 나도 아침부터 후다닥 할 일들을 해치우고 후다닥 출근을 했다.
어제부터 ‘출근하면 이건 꼭 해야지’ 하고 마음먹었던 일들을 하나씩 하려던 찰나,
조금 늦는다고 하셨던 오후 선생님이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출근하셨다.
나는 잠시 멈춰 인사를 건넨 뒤, 다시 움직였다.
공간 이곳저곳에 어지럽혀진 물건들을 정리하고, 조금이라도 더 말끔해지길 바라며 계속 손을 놀렸다.
그러다 문득,
쉼 없이 너무 서두르고 있는 내 모습을 느꼈다.
이제 막 이곳으로 출근한 지 3일째.
혹시 내가 무언가를 해내야 한다는 조급함 속에서, 오히려 함께 일하는 분들께 부담을 드리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에서 내일로 미룰 일은 많다.
그러나 달콤한 뽀뽀는 미루면 안 된다.
전쟁보다 더 중요한 일들이 있으니까.
그러니 오늘은 여기까지, 앞으로 시간이 많으니까.
천천히 서로에게 익숙해지고, 천천히 적응해가기로 하자.
오늘은 천천히 하는것도 괜찮다고 다독이는 나를 사랑한다. 그리고 나로 인해 괜히 덩달아 마음이 바빠졌을지도 모르는 선생님들께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2025년 7월 3일 목요일
이선경 연구원
https://brunch.co.kr/@7c406da5ba2c4b0
오늘기억연구소(5555)
https://open.kakao.com/o/gHSKP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