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보그 가족의 밭농사
『사이보그 가족의 밭농사』라는 제목을 처음 마주했을 때, 나는 잠시 멈춰 서서 ‘사이보그’라는 단어가 왜 농사와 연결되었을지를 생각했다. 기계적인 삶, 혹은 감정이 닳아버린 존재를 떠올리게 하는 단어였기 때문이다. 책을 읽어가며 그 물음은 자연스럽게 풀렸다.
이 책은 텃밭에서 농작물을 키우는 이야기를 넘어, 일상과 가족, 그리고 삶을 천천히 수확해 나가는 기록에 가깝다. 어쩌면 ‘사이보그’라는 말은 무감각해진 채 살아가던 삶의 상태를 가리키는 은유였는지도 모르겠다.
작가는 조기 은퇴 후 부모님과 함께 작은 텃밭에서 농사를 짓는다. 채소를 키우고, 수확한 것을 주변과 나누며 살아가는 일상은 화려하지 않지만 분명한 만족을 품고 있다. 그 장면들을 읽으며 나 역시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 나 또한 사무실 옥상에서 방울토마토와 오이고추, 가지를 키운다. 매일 인사를 건네고, 열매를 맺는 순간마다 그저 식물이 아니라 하나의 생명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작물이 자라는 시간을 지켜보며 얻는 기쁨과 뿌듯함을 작가는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처럼 글로 옮겨놓았다.
이 책에서 특히 오래 남는 것은 가족의 이야기다. 부모님을 향한 작가의 시선에는 과장도, 미화도 없다. 그 대신 오랜 시간 함께 살아온 관계만이 가질 수 있는 애틋함이 있다.
“엄마와 딸은 서로가 친정이다”
라는 문장을 읽을 때,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목까지 차올랐다. 모든 엄마와 딸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연대와 친밀함, 그 관계가 지닌 무게와 온도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
책은 뜻밖의 기억도 불러왔다. 중학교 시절 읽었던 유안진 작가의 『지란지교를 꿈꾸며』를 다시 만나며 나와 작가 사이에 보이지 않는 연결선이 생긴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작가를 직접 만나보고 싶다는 마음도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문장은
“누구나 자기만의 대일밴드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
는 말이었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삶에서 크고 작은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것을 덮어줄, 아주 사소하지만 꼭 필요한 무언가를 저마다 찾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사이보그 가족의 밭농사』는 농사 기술서도, 단순한 일상 기록도 아니다. 중년의 삶 한가운데서 의미를 다시 길어 올리고, 고된 순간마다 조용히 위로를 건네는 마음의 수확서에 가깝다.
나 역시 이 책을 통해 지금의 삶에서 무엇을 키우고, 무엇을 나누며 살아가고 싶은지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자기만의 소박한 행복과 치유의 ‘대일밴드’를 발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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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읽고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로 직접 작성했습니다.
생소쌤=생각소리쌤=생각소리를 듣고 글로 바꾸는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