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생 둘째
가장 잘 울던 삐약이가 가장 숨죽여 울고 있다.
둘째 삐약이는 그렇게 터널을 나왔다 들어갔다 한다. 마음이 예쁜 삐약이는 하트를 안고 사는 병아리 다롱이다.
2009.01.15. 3.88kg. 52cm. 유일하게 일을 하지 않고 화천에서 고기란 고기는 다 먹어서 셋 중 가장 크게 태어난 나의 사랑둥이다. 고기기름 덕분인지 셋 중 피부 하나는 뽀송뽀송 아주 부드럽다.
누구에게도 상처 주지 않으려고 애쓰다 보니 참는 법을 너무 일찍 알아버렸다. 그래서 상처도 많이 받지만, 그 상처를 밖으로 드러내지 못해서 아픈 손가락 같은 둘째 삐약이다. 마음이 예쁜 삐약이는 감성이 풍부한 아이다. 세계 평화주의자라고 할 만큼 조용하고 평온한 것을 좋아한다.
그런 둘째 삐약이와 나는 정반대다. 아이가 꽤나 관심 있어 하는 MBTI도 정반대다. 나는 ESTJ, 둘째는 INFP. 내새끼가 아니었다면 이해조차 시도도 하지 않았을 정반대의 삐약이다. 정반대가 잘 맞는다며 그래도 서로를 이해하려고 애쓴다. 가끔은 서로의 뇌로 살아보고 싶다고도 이야기하며 인정해 주기로 한다.
그런 삐약이가 유독 많이 숨죽여 운다. 언제나 나의 의도와는 다른 표현으로 대하다 보니 점점 더 꽁꽁 숨으려 한다. 예상과는 다르게 너무 크게 운다고 화를 낸 덕에 먹을 생각도, 웃을 마음도 깊은 바다 속으로 던져버렸다. 그 깊은 수렁에서 나와 줄 때까지 기다림의 끈을 놓지 않으려 한다.
둘째 삐약이는 어릴 때부터 말이 많고 엉뚱한 상상을 참 많이 하던 아이였다. 졸린 눈을 꾹 감고 있는 아이에게 “조금만 더 이야기하자”고 졸랐던 적도 있다. 그저 말하는 게 즐겁고, 듣는 엄마의 웃음이 좋았던, 이야기꽃이 피어나던 그 밤이 참 많이 그립다.
네 살쯤이었을까.
작은 엉덩이를 변기에 올려놓고 앉아 아빠가 칫솔질하는 모습을 보며 “아빠, 오늘 참 매력적인데~"라고 말하던 그 사랑스러운 모습에 아빠는 그 말을 듣고 그날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다고 했었다. 기도할 때면 두 손을 곱게 모으고, 눈을 꼭 감고, 누구보다 진지한 표정으로 기도하던 아이.
드라마를 보다가도 주인공의 감정에 깊이 빠져들어, 곧 TV 안으로 들어갈 듯 하더니 주인공과 대화하던 감수성 풍부한 아이였다.
“오늘 즐거웠어요?”
남자 주인공이 하는 말에 두 손을 모으고
" 그럼요~"
라고 대답하던 순수한 감정들이 지금은 둘째 마음 어디쯤에 있을까.
그 아이가 이제는 사춘기의 소용돌이 속에서 힘겹게 빠져나오는 중이다. 어느 순간부터는 예전처럼 다가가지 못하게 되었고, 다가가도 밀려나는 느낌에 나도 조심스러워졌다.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더 힘들다. 무슨 말을 해줘야 위로가 될지, 어떤 눈빛을 보내야 부담이 아닐지…
그저 조용히, 멀리서 바라보며 기도하고 응원하는 수밖에 없다는 걸 안다.
이제는 외고 1학년이 된 둘째 삐약이는 독일어를 전공하며 멋진 꿈을 펼쳐보리라 다짐하고 있지만,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매일매일 버티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대단한지.
나는 그저 말없이 뒤에서 지켜보며, 힘들 땐 내가 있다는 걸 알 수 있도록 작은 빛이 되어주고 싶다.
숨죽여 울더라도 괜찮아. 엄마는 네가 언젠가 다시 노래하듯 웃을 그날을 기다릴게.
그날까지, 너의 깊은 마음에 닿을 수 있도록, 한 발짝 떨어져 그 자리에 있을게.
늘 너를 사랑하는, 너의 첫 번째 팬이. 너무 예뻐 한 때는 배우가 꿈이기도 했고 너무 잘 어울리겠다며 응원했던 그 시절 그 마음으로 여전히 널 응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