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생 막내
삐약삐약, 오늘도 그 소리가 어김없이 아침을 깨운다.
고요한 새벽이 지나고, 작은 울음 같은 기척이 마음을 두드릴 때, 나는 비로소 하루가 시작되었음을 느낀다. 그 소리는 단순한 소리가 아니다. 이유가 있고, 감정이 담긴 울림이다. 가끔은 무심한 척해보지만, 그럴수록 더 크고 선명하게 나를 부른다. 마음속 소리를 외면하면 안 된다는 듯이.
그 소리의 주인공 매력 넘치는 삐약이는 막내 병아리 재롱이다.
2012년 1월 7일. 세상에 처음 왔을 때 3.2kg, 51cm였던 작은 아기는 이제 나보다 말을 더 조리 있게 할 줄 알고, 춤도 그럴싸하게 추는 소녀가 되었다.
누굴 닮았을까. 어디서 온 유전자일까. 눈웃음은 왜 그리 매력적인지, 손끝 하나, 포즈 하나에 담긴 끼는 어릴 때부터 남달랐다. “콱 깨물어주고 싶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아이였다.
시간이 흘러 지금은 중학교 1학년.
꿈은 아이돌. 그래서일까, 더더욱 춤이 진심이다. 어깨가 들썩이고, 눈빛에 진심이 담겨 있다. 따라하는 춤이 아니라, 자신만의 색으로 추는 춤. 내가 보기엔 이미 무대 위 주인공이다. 그 작은 몸에 이토록 큰 꿈이 깃들어 있다는 사실이 벅차고 뭉클하다.
막내지만 언제나 내 마음을 가장 잘 읽어주는 사랑스런 아이다. 언니들이 어린이집에 가던 날, 나만 두고 간다고 서럽게 울던 그 아이는 이제 꼬옥 껴 안아주며 “사랑해~” 한 마디를 남기고 현관문을 나선다. 그 말 한마디가 아직은 나를 울지 않게 한다. 사춘기 문턱을 넘는 일이 얼마나 복잡하고 낯선지 알기에, “호르몬이 싫다”며 울던 그 마음을 나는 안다. 그래도 결국은 스스로 문을 열고 나아가는 모습을 보며, 나는 조용히 바라본다. 숨죽여 울지 않길, 작게 말하지 않길, 하고 싶은 말은 언제든 당당히 말하줄 아는 소녀였으면 한다.
삐약이에겐 또 다른 특별함이 있다.
신생아 때부터 나를 따라 공예 모임에 다니던 그 아이는 어느새 딸 셋 중 가장 손재주가 좋은 아이로 자랐다. 작은 손으로 실을 만지며 놀던 아이는,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재료를 고르고 함께 만들기를 즐기게 됐다. 내가 뜨개질을 하면 옆에서 조용히 지켜보다가 어느새 나란히 앉아 함께 뜨개질을 하기 시작했다.
다 커도 막내라 옷을 만들면 항상 막내옷부터 뜨게 된다. 봄이 되면 초록가디건을 웃고 활짝 웃어주며 나만의 모델이 되어준다.
그리고 지금은, 그 작았던 손으로 3미터가 넘는 자기 목도리를 직접 완성해냈다. 얼마나 야무지고 끈기 있게 엮어냈던지, 마무리된 그 목도리를 보며 내가 더 감격했다. 그 아이는 지금 아빠를 위한 목도리를 뜨고 있다. "겨울이 오기 전에 완성해 볼까?" 하며 진지하게 바늘을 드는 모습에, 마음이 뭉클해진다.
나를 닮은 손재주,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주려는 그 마음. 그 모든 것이 고맙고, 사랑스럽다. 무엇보다 소중하다.
요즘 따라 삐약이는 더 자주 웃고, 더 자주 춤을 춘다.
때로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진짜 꼭. 아이들이 되고 싶다.”
그 말에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지만, 속으로는 수도 없이 응원한다. 네가 가고 싶은 길 위에 내가 늘 뒤에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매력 넘치는 삐약이.
너의 하루하루가 반짝이고, 너의 걸음마다 사랑이 깃들길.나는 언제나 너를 응원하고 있어. 말하지 않아도, 잊지 말고 기억하길. 삐약삐약, 너의 소리가 나를 깨우는 아침이 앞으로도 오래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