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곰미곰미 Feb 23. 2024

LA 근교 작은 마을 여행 - 오하이

비따라,  길 따라 떠나보아요

 주말이면 남편과 함께 집을 나서 가까운 근교로 드라이브 가는 것을 좋아한다.

근래에 찾은 숨은 명소가 너무 맘에 들어 한 달 사이에 두 번이나 다녀왔다.

지난번  비 오는 토요일 아침에 갔던 오하이 마을의 풍경이 너무 예뻐서 맑은 날에도 다시 한번 오자고 했던 게 생각나  햇살 고운 토요일 오전에 집을 나섰다.


토요일 아침이라 여유롭게 아침시간을 보내고

출발하자니 출출했다.

출발이 늦었으니 가는 길에 집 앞 맥도널드에서 햄버거와 커피를 드라이브 스루로 주문해서 먹으면서 가기로 했다.

요즘 푹 빠져있는 싱어게인 3 출연자들의 노래를 들으며 그때의 감동을 마치 심사위원이라도 된 듯  얘기하며 프리웨이를 신나게 달려갔다.


엘에이를 지나 1시간쯤 가니 정겹고 한가로운 길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비오는 날에 찍은 풍경

 이곳에서 보기 힘든 나지막한 산이  병풍을 두르듯 펼쳐져 있었다. 그 앞엔 딸기밭이 펼쳐져있었고, 이내  작은 다리를 건너며  보았던 양옆의 강줄기도 요 근래 내린 비로 인해 물이 불어나서인지 멋있어 보였다.

저 멀리 떼인 지 소떼인지 모를 가축들이 한데 모여 더없이 넓고 푸른 풀밭에서 열심히 풀을 뜯고 있는 모습도 정겨웠다.

마치 한국의 시골길을 달리는 분위기였다.

잠시 후에 나타난 도로 양옆으로 즐비한 오렌지 농장의 나무들이 이곳이 한국이 아닌 캘리포니아라는 걸 다시 알려주는 듯했다. 

도로 양옆의 오렌지 농장

작은 마을을 지나 산길을 따라 난 도로로 30여분쯤 더 들어가면 목적지인 오하이마을이 있다. 가던 길에 본 토마스아퀴나스 컬리지가 인상 깊었다.

엥?? 이런 곳에 웬 컬리지가?? 할 정도로 약간은 생뚱맞게, 그럼에도 마치 중세시대 수도원 같은 분위기를 풍기며 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들어가 보고 싶었지만 토요일이어서인지 출입문이 잠겨있었다.


수많은 철학자에게 영향을 주었던 1200년대 학자의 영향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듯한 모습의 학교가 산 중턱에 고풍스러운 모습으로 세워져 있었고,  학교 뒷산엔 중세시대 고뇌에 가득 찬 수도사가 골똘히 묵상하며 그곳을 거닐었을 것만 같은 모습이 그려졌다.

그래서일까? 이 마을은 명상이나 묵상을 위한 도시로 유명하다고 한다. 그러한 목적으로 이곳을 찾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산 중턱에 있던 토마스 아퀴나스 컬리지


마을로 들어서는 산 중턱에서 내려다 마을은 분지인지라  산과 들에 포옥 둘러싸여 있어 더 작게 느껴졌다. 인구도 7000명 정도가 사는 정말 작은 도시다. 지난번 비 오는 날에 봤을 땐 구름도 산허리에 낮게 내려앉아 그 분위기가 더욱 신비로웠다.


작은 마을에 들어서니 길 양옆으로 작은 상점들과 카페들이 멋스럽게 어우러져 있었다.

오는 길엔 잠깐 누가 이런 곳까지 올까? 뭐가 있다고?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는데 그 조그마한 마을이 주는 독특한 풍경이 좋았고 충분히 하루를 쉬었다 가기에 좋은 마을이라 여겨졌다.


작은 상점들은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고 있었고, 주로 예술가들이 많이 모여 사는 도시라 그런지 상점에 전시되어 있는 상품도 독특한 것들이 매력적이었다.

희소성 때문인지 가격도 만만치 않았다.

독특한 소품을 좋아하지만 선뜻 사기엔 좀 부담스러운 가격이라 눈요기하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마을 안쪽으로 들어와서 예쁜 주택가에 주차를 하고  레스토랑까지 걸어가서 늦은 점심을 먹기로 했다.

일본식 라멘집이 있어서 그곳에 들렀다.

지난번 왔을 때 다른 레스토랑에서 먹었던 생선요리와 샐러드도 맛있었는데,  이번에 먹은 카레와 데리야키볼도 맛있어서 아주 만족스러웠다.

오기 전 읽었던 정보에 의하면 여기 식당들은 주로 지역농장에서 나는 재료로 음식을 만드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하는데

아마 그래서 음식이 다 맛있나 보다고 생각했다.

오래전 정보라 지금은 어떤지 알 수없지만,  그 정신이 이 작은 분지 마을과  어울렸다.

프리웨이에서 내려 산길을 따라 들어올 때만 해도 누가 이런 곳까지 찾아올까 싶었는데 거리와

커피숍, 레스토랑에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마을 가운데 있는 작은 공원에는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도 있었다.

손잡고 걷는 중년부부, 공원에 노는 아이들 소리, 그 주위에서 담소를 나누는 가족들의 모습, 밝은 햇살과 쌀쌀함을 머금은 상쾌한 공기가 어우러져 충분히 여유롭고 평화로운 광경을 만들어 주었다.

그곳에서 점심을 먹고  예술작품 같은 개성 있는 품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쉼을 누리는 시간이었다.


화려하지 않아서 더 좋았던 작은 마을이 비가 올 때도 햇살이 따뜻할 때도 그 나름의 분위기로 

자주 우릴 이곳으로 오게 할 거 같다는 생각을 하며 멋진 노을과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매거진의 이전글 브런치를 통해 만나는 세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