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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미곰미 Mar 15. 2024

딸과 단둘이  떠나는  해외여행기(1)

갑자기 가게 된 파리여행


딸이 학교를 졸업하고 라이선스시험도 통과했다 여기저기 이력서를 내고 먼저 연락 온 두 군데 면접을 봤는데 그중에 한 병원에서 3주 후부터 출근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3주 기간 동안 뭘 할까 고민하는 딸에게 여행을 가자고 했다. 남편은 그 주가  한국출장기간인지라 생애처음으로 남편 없는 해외여행을 하게 되었다.


딸과 단둘이 함께 하는 첫 여행이라니...

마음이 묘했다.

잘할 수 있을까? 싸우거나 맘 상하는 일도 생기겠지? 한편으론 재밌을 것 같아 기대도 되지만.... 어디 여행이란 게 순조롭기만 하던가.


딸이 면접을 보고 온날   함께 우연히 보게 된 유튜브에선 어여쁜 여자분이 혼자 당차게 파리 여행을 하고 있었다.

영상을 통해 본 파리는 예뻤고 우리 둘의 부러움이 가득한 감탄사를 뽑아내기에 충분했다.


면접을 보고 온 딸이  24시간 안에 연락이 올 거라고 했고, 나는 내심 기대하며 만약  취업통보를 받게 되면 같이 파리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르바이트하면서 졸업시험 준비하랴 곧바로 라이선스 시험 준비하랴 분주한 시간을 보냈던 딸은 시험이 끝나면 정식 취업이 되기 전에  어디든 여행을 가고 싶다고 했었다.

그래서 그러라고 했던 참이었다.


다음날 집에 오니 딸이 면접에 통과했고 3주 후에 일 시작한다며 기분 좋은 소식을 전했다.

일하게 된 곳은 집에서 4-5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종합병원이고 암병동에서 일을 하게 됐다고 했다.

여러모로 좋았다.

일단 근무하게 될 병원이  집에서 지 않아 다행이고 딸이 원한다면 더 오랫동안 같이 있을 수도 있다. 물론 독립하고 싶어 한다면 그것도 고스란히 받아들일 생각이다. 

딸은  먼 곳에 있는 병원도 알아보며 여기저기 이력서를 넣을 거라고 했었고, 그중에는 꽤 먼 지역도 많아 나름 각오 아닌 각오를 하고 있었던 차였다.

 이젠 정말 떠나보낼 때가 될지도 모른다고...




아무튼  생각보다 일이 빨리 잘 진행되어서

취업하기 전 남은 시간이 3주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서 마음이 급했다.

소식을 듣자마자 축하한다며  넌 어디갈거냐며 물었다.

결정되기 전엔 생각이 많더니 막상 결정되니 뭘 해야겠는지 모르겠다고 해서 엄마랑 파리여행 갈래하 제안하니 놀라면서도  좋다고 했다.


딸은 당장이라도 떠날 수 있지만 나는 일하는 곳에 사정도 살펴보고 해야 하니 준비가 필요했다.

딱히 못 갈 상황은 아닌지라 일단 티켓을 먼저 예약해 두자고 했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비행기 티켓값이 올라가는 시스템이라 하루라도 빨리 비행기 티켓을 예약하고 24시간 안에 무료 취소가 가능하니 다음날  확답을 주기로 했다.


다행히 아이들 라이드 해주는 일은 일주일간 아이들의 할아버지가 대신해 주기로 했다.

라라 할머니도 요즘은 컨디션이 좋아진 상태라 충분히 혼자 일주일 정도 지낼 수 있다고 하셨다. 급한 일이 있으면 앞집 아주머니에게 부탁하면 되니 걱정 말고 다녀오라며 흔쾌히 허락해 주셨다.

덤으로 딸에게 축하도 전하셨다.

지금 다닐 수 있을 때 갔다 오라며 더 나이 들면 다니는 것도 힘들단 얘기도 하셨다.

남편딸에게 텍스트로 두 분이 다 흔쾌하게 허락하셨다니  기뻐했다.

 

내가 비행기 켓을 예약했더니 딸이 숙소는 자기가 부담하겠다고 했다. 사악한 유럽 물가를 알기에 괜찮겠냐고 물어보니 어차피 여행 가려고 했고 모아둔 돈이 조금 있으니 숙소 정도는 자기가 하겠다며 여기저기 검색한 정보를 바탕으로  예약을 했다.  다행히 비수기라 그렇게 비싸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저렴한 가격도 아니었다.


편은  하루전날 한국으로 출장을 갔다.

떠나기 전 용돈까지 두둑이 챙겨주었다.재밌게 놀고 오라고 하며 대신  꼭 약속하자고 했다.

의아해하는 우리에게  남편은 유럽 몇몇나라를 갔었지만 아직 프랑스는 못 갔기에  다음에 자기랑 함께 파리에 꼭  다시 가야 한다며 귀여운 투정을 부렸다.

 

딸과 함께 밤 비행기를 타는 남편을 공항에 태워주는 동안 남편은 무릎이 약한 나를 걱정했다. 오랫동안 비행기를 탈 때면 한쪽 무릎이 시큰거려서 힘들어하는 내 다리를 남편이 주물러주기도 하고, 자기 무릎 위에 올려서 펼 수 있도록 해주기도 했다.

그게 가능할까 싶겠지만 안타까운 건지 다행인 건지 다리가 짧은 난 그게 가능하다.

그래서인지 남편은 딸에게 엄마 잘 챙기라며 당부 아닌 당부를 했고 난 애한테 왜 그런 부담을 주냐며 타박했다. 내가 아직 그럴 나이는 아니라며 씩씩하게 잘 갔다 올 테니 걱정 말라고 했다.


그리고 다음날 저녁우리 모녀는 파리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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